"장애인들의 감각은 일반인보다 섬세하기 때문에 컴퓨터 애니메이션 분야
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사업 시작한지 얼마 안돼 주문이 들어오고
있는 것은 이같은 특성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봅니다"

장애인들의 자활 기업으로 전자부품을 주업종으로 하는 정립전자(대표.
이주영)가 최근 컴퓨터 애니메이션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특히 사업착수와 동시에 미국 기업으로부터 10억원어치의 작업물량을
수주하는가 하면 국내기업들도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밝은
전망을 던지고 있다.

정립전자가 애니메이션 센터를 개관한 것은 창립 10주년을 맞은 지난 21일.

직원 30여명에 워크스테이션급을 포함한 컴퓨터 1백대를 갖춘 애니메이션
센터는 문을 열자마자 밑그림 색상 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미국 디즈니사로부터 30분짜리 애니메이션 50여편의 페인팅 작업을 의뢰
받았기 때문이다.

정립전자는 또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영화, 컴퓨터 관련 업체와 1백50여편
의 계약을 추진중이라며 성사될 경우 40여억원의 매출을 올릴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 등이 애니메이션 사업을 추진하게 된 이유는 주력 생산품인 PCB
(컴퓨터회로기판) 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었기 때문.

89년 설립 이래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 등에 PCB를 납품하면서 연간 30억원
정도의 안정적 매출을 올렸으나 동남아제품의 저가 공세에는 대응이 쉽지
않았다.

결국 이 대표는 올 연초 새 업종을 모색한 끝에 강인한 정신력과 예민한
감각 등 장애인들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분야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택한 것이다.

정립전자는 업종이 정해지자 곧바로 인력양성에 들어갔다.

먼저 전 직원 1백62명중 희망자와 외부에서 활동중인 장애인 30여명을
선발, 전문업체에 위탁교육을 시켰다.

이어 사업성이 확인되면서 70명을 추가로 선발했다.

이 대표는 "몇개 업체가 물량을 맡기기 위해 인력이 충원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장애인들의 애니메이션 관련 작업능력은 정상인보다 2배 이상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페인팅을 맡고 있는 최순자(여.26)씨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돼 매우 기쁘다"며 "세계적 캐릭터로 부상할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드는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립전자측은 국내 최대규모의 애니메이션 센터로서 역량을 갖춘 뒤 창작
분야에도 도전한다는 야심찬 일정을 잡아 놓고 있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