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그래픽어댑터(VGA)를 개발하는 시그마컴(대표 주광현)에 지난 4월
특이한 제안이 들어왔다.

이 회사에 브리지론 방식으로 투자하겠다는 엔젤들이 등장한 것.

일단 5억원을 빌려주고 3개월 정도 지켜본 뒤 성공가능성이 보이면 출자로
바꾸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5월말 돈이 들어왔고 그때의 엔젤들은 두달도 채 안돼 이 회사에
투자키로 결정했다.

시그마컴의 "성공 예감"을 확신한 것.

이 회사의 가능성은 실적에서 감지된다.

주아이템은 VGA.

모니터의 화면처리를 하는 그래픽보드다.

시그마컴은 지난 6월 VGA로 월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9월 창업한 지 9개월만에 낸 실적이다.

자재 살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던 이 회사가 엔젤의 도움으로 선순환의
궤도에 들어선 것.

월말이면 부품 값을 치르느라 전쟁터가 되곤 했던 풍경도 이젠 사라졌다.

재무구조도 6월부터 흑자로 돌아서면서 나아지기 시작했다.

7월중에는 월15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연말 목표는 월25억원.

창업 2년째인 올해엔 1백50억원, 내년엔 3백억원의 매출이 무난할 것이라는
게 회사측 전망이다.

엄청난 고성장인 셈이다.

이 회사의 고성장은 사실 놀라운 게 아니다.

창업 1년도 안 된 업체지만 비디오그래픽 분야에서 한국 최고의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서다.

시그마컴의 양축인 주광현(38) 사장과 심현도(37) 이사는 가산전자에서
각각 기술과 마케팅을 담당했던 인물.

가산전자 출신 6명으로 출발한 이 회사의 식구는 지금 26명으로 불어났다.

가산 두인 훈테크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VGA 업체에서 10여년간 기술 및
마켓팅분야에 종사해온 전문가들이다.

몸 담고 있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스카웃제의를 받던 그들이 자본금 1억원
에 40평의 작은 사무실을 가진 새내기 기업에 모였다.

새로운 벤처기업을 일궈내자는 당찬 꿈이 있었던 게 이유였다.

전문인력들 덕분에 창업 한달만에 종전과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는 기민함을
보였다.

올들어선 32MB 비디오메모리를 탑재한 VGA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메모리용량이 확대되는 추세에 대응한 것.

FM라디오방송이 수신되는 TV카드도 내놓았다.

지난 2월 내놓을 때만 해도 월5백장을 예상했으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월2천장이 팔린 것.

지금은 월4천장으로 늘었다.

모니터 크기가 커지면서 TV수신카드 시장이 급성장하는 시점에 맞아떨어진
것이다.

3각 체제로 운영되는 마케팅도 이 회사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자산.

수입업체가 취약한 OEM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삼보 현주 주현테크에 OEM으로 VGA를 공급중이다.

용산상가를 기반으로 한 유통망은 쉽게 구축했다.

창업초기부터 상가의 일부 점포에선 선금을 주면서까지 도움을 줬다.

게임방을 뚫는 등 특판영업을 통한 틈새마케팅까지 펼치고 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함께 꿈을 펴기로 한 자재과장이 지난 3월 밤샘하고 귀가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모든 임직원이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2명의 자녀를 남긴 고인의 가족을 돌보기로 하고 매달 생활비를 보내고
있다.

주광현 사장이 시그마컴을 창업할 당시만 해도 사업목표는 VGA가 아니었다.

무선통신 사업이 그의 꿈이었다.

그가 VGA로 회귀한 데에는 사연이 있다.

개업한 날 가산전자가 부도를 내고 이후 얼마 있다 두인전자가 쓰러졌다.

80%를 한국산이 장악하던 VGA시장은 대만산이 거꾸로 그 위치를 차지하는
위기를 맞았다.

"잃어버린 시장을 찾는 일을 우리가 해야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 사장이 꿈을 잠시 접게 된 배경이다.

VGA가 제 궤도에 들어서자 디지털TV 시청이 가능한 카드 개발 등
비디오그래픽 사업을 고급화하면서 무선통신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6월 무선연구팀을 발족했다.

비디오그래픽의 강점을 살려 무선통신 전문업체와 제휴할 생각이다.

차세대 영상 이동전화인 IMT-2000에 승부를 걸기로 했다.

비디오그래픽카드에 무선기술을 접목하는 기술도 개발키로 했다.

연말이면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미국 중국이 타깃이다.

"어제의 용사들"이 뭉친 기업, 시그마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0343)382-8510

< 오광진 기자 kjoh@ >

[ 어떤 회사인가 ]

<> 98년 9월 설립(자본금 1억원)
<> 98년 10월 4종의 VGA보드 개발, 가산전자 용산 유통망 인수
<> 11월 현주컴퓨터에 OEM 공급
<> 12월 기업부설연구소 설립
<> 99년 2월 FM수신 TV카드 개발
<> 5월 자본금 4억7천5백만원으로 증자
<> 7월 18억원으로 증자 예정

[] 품목 : 통합VGA, 3차원VGA, 32MB VGA, TV 수신카드
[] 올 매출목표 : 1백50억원
[] 홈페이지 : www.sigmacom.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