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와 유로화가 연일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 강세"를 축으로 한 그동안의 국제 통화질서가 반전되는 것인지가
초점이라 하겠다.

엔화 강세는 분명 우리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겠지만 달러화의 약세반전이 반드시 긍정적 결과만을 가져올 것인지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 통화정책에 심대한 영향을 받게 마련인 우리로서는 기민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엔화는 이달초만 해도 달러당 1백22엔대였으나 당국의 잇단 개입에도
불구하고 27일에는 1백16엔대까지 급등했다.

유로화 역시 최근 열흘 동안 급등세를 보여 유로당 1.1달러를 목전에 둔
형국이다.

일본과 독일 경제의 호전이 통화강세를 부추긴다는 것이지만 미국의 올해
무역적자가 지난해 보다 30% 이상 증가한 2천2백50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은 달러화 약세를 구조화해놓고 있는 셈이다.

특이한 것은 최근의 엔화 강세가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이나 일본 통화
당국의 시장개입조차 무력화시키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는 최근 매우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재무부채권(TB)의
경우 연6%를 넘어서 있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국제 금융 변수의 흐름을 설명하는 논리도
역전되고 있다.

그동안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달러가치를 밀어올리고 엔화를 약세로 유도해
간다는 논리가 적용돼왔으나 지금은 엔화 강세가 미국 채권가격을 끌어내리고
(금리상승) 달러를 약세로 몰아간다는 역방향의 논리가 우세해진 상황이다.

미국 재무장관과 일본 대장성의 국제담당 재무관이 교체되면서 통화 질서의
재편가능성이 점쳐져 왔었다는 사실도 놓칠수 없는 대목이다.

신임 서머스 장관과 구로다 재무관은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달러화 강세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들이 새로 책임을 떠맡은 이달초부터 시장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달러화 약세와 엔화 강세는 국제자본의 아시아 환류와 아시아 인근국들의
대일본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일면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기의 후퇴가능성이라는 점에서는 매우 불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음도 분명하다.

특히 최근의 달러화 약세가 "인플레 없는 고도성장"이라는 미국경제의 한
축을 무너뜨리고 있음은 매우 우려할 대목이다.

우리로서는 엔화 강세에서 오는 반사적인 이점을 극대화하는 한편 미국
경기의 둔화와 예상되는 뉴욕증시의 하락등 부정적 충격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수단을 개발하고 운용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