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내각제 개헌 유보와 합당 파문 등으로 촉발된 자민련 내부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자민련은 28일 당무회의를 열어 내각제 개헌 유보 방침을 추인하려 했으나
충청권 의원들의 반발로 안건이 처리되지 못했다.

또 내각제 개헌 실천 투쟁위 소속의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은 "합당 결사반대"
등이 새겨진 어깨띠를 두른 채 당무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 등 집단적,
조직적 반발 양상도 나타났다.

이날 회의에서 충청권 강경파를 대표하는 이원범 의원 등은 내각제 개헌
유보를 추인하는 안건이 상정되자 "대국민 사과 등 아무런 조치없이 이를
추인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강창희 총무와 김정남 의원 등도 "내각제를 주장해온 우리가 먼저 개헌을
유보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며 "국민회의와 상의해 같은 시점에 추인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준 총재는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김대중 대통령이 "김종필 총리와
나 두 사람에게 개헌 문제를 맡겨달라"고 했을 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박 총재는 이어 "대통령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여러차례 이야기했고 김
총리도 우리의 뜻을 충분히 전했다"며 양해를 부탁했으나 반발을 무마하기
에는 역부족이었다.

박 총재는 결국 이 안건의 추인을 보류하되 국민회의와 동시에 심의가
이뤄지도록 사무총장이 협의하라고 지시하는 선에서 일단 마무리 지었다.

이같은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박 총재가 30일 서울지역 지구당위원장과
조찬을 계획하는 등 자민련 지도부들이 나서고 있지만 강경파의 반발기류가
워낙 강해 좀처럼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김종필 총리도 당초 29일 소속의원과 당무위원을 초청, 오찬을 함께할
계획이었으나 일부 의원들이 지구당 활동 등을 핑계삼아 불참의 뜻을 전해와
임시국회가 열리는 내달 2일로 연기됐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