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들이 대우 협력업체가 물품대금으로 받은 상거래채권(상업어음)
할인을 기피하고 있다.

이로인해 대우 협력업체들이 운전자금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금융계는 일부 은행의 상업어음 할인기피가 확산될 경우 하청업체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정부와 채권단에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
하고 있다.

<> 대우 상업어음 일부 할인중단 =대우 계열사들과 거래해온 일부 협력
업체들이 물품대금으로 받은 상업어음을 할인해줄 것을 은행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H,J 등 일부 은행들이 지난주 후반부터 대우 계열사가 발행한 상업어음
할인을 사실상 중단했다.

남대문 대우빌딩에 있는 제일은행 남산지점에는 거래은행에서 어음을 할인
받지 못해 찾아온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대우그룹이 유동성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발표된 이후 협력업체들이 요청하는 상업어음 할인을 일부 은행들이
거절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하루에 7~8명 정도가 이곳까지 찾아와 어음을
할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혀 거래관계가 없었던 대우 협력업체가 찾아와 어음할인을 해
달라고 요청해 곤혹스럽다"며 "협력업체의 신용도가 낮은 경우에는 대우
상업어음만 믿고 할인해 주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외환은행 남대문지점에도 대우 협력업체들이 어음할인을 받을수 있는지
문의해 오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예전처럼 대우의 신용도만을 보고 어음을 할인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해 주고 있다"며 "어음을 제출한 업체의 신용도에 따라
할인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되는 어음의 금리도 높아졌다.

대우 계열사가 발행한 상업어음은 구조조정방안이 발표되기 전에는 최저
연 6.5%(총액한도대출)까지 할인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최저 연 7% 이상이다.

협력업체의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

<> 왜 어음할인이 제대로 안되나 =일부 은행들은 대우의 신용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대우 상업어음을 자동할인대상 어음목록에서 뺐다.

5대그룹 계열사나 우량기업이 발행한 어음은 "지정어음" "우대어음" 등으로
분류, 은행들은 무조건 할인대출을 해주었으나 최근 대우어음을 여기에서
제외시켰다.

신용평가기관들이 대우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린데다 유동성부족이 표면화
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상업어음 할인이 어음담보대출이기 때문에 협력업체의 신용도를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어음발행업체가 결제를 못할 경우에는 할인대출을
받은 기업에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받는 업체의 신용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대우가 발행한 상업어음을 6월말부터 일반 중소기업이
발행한 어음과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다"며 "은행 방침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주)대우와 거래하고 있는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어음할인을 받지 못해 대우 담당자에게 계속 전화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며 "당장 운전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부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대우자동차와 전자 중공업 자판 통신등이 몰려 있는 경인지역 경제단체인
인천 상공회의소는 일부 시중은행들의 대우어음 할인기피로 협력업체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 상의는 재경부 금감원 한국은행 전국은행연합회 등에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다.

시중은행들이 대우어음을 "비적격어음" "비지정어음" 등으로 분류, 어음할인
을 기피하고 있다며 이를 시정해 달라고 건의문에서 주장했다.

인천 상의는 어음할인 기피가 장기화될 경우 대우그룹 협력업체의 연쇄도산
은 물론 인천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계는 대우어음 할인중단이 협력업체의 자금난->대우에 물품공급 중단->
대우 영업중단 또는 축소->대우 부채원리금 상환연체 급증->금융기관 부실
규모 확대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근심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같은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우 계열사들과 거래하고 있는 주요 협력업체만 해도 6천4백여개로 추산
되고 있다.

종업원수는 1백30만명에 이른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