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대우쇼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주가는 이틀연속 올라 940선을 회복했다.

금리와 환율도 다소의 변동은 있지만 눈에 띄게 안정되고 있다.

지난 주말 나타났던 투신사 수익증권 환매사태도 진정기미가 역력하다.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 등에선 이를 두고 금융시장이 대우
쇼크에서 완전히 탈출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현재의 금융시장 안정은 "표면적인 안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상당부분 정부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안정이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외부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다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현재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해결
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실제 최근 금융시장 내막을 들여다보면 불안요소는 곳곳에서 눈에 띈다.

금융기관간에는 자금경색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에 자금대출을 꺼리는 신용경색도 부분적으로 눈에 띄고 있다.

은행등 금융기관들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 몸을 사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부 증권사에 대해서는 콜자금도 제대로 빌려 주지 않으려 한다.

지난해 콜자금을 떼일 지경에 처한 경험이 있는 만큼 미리 문단속을
하겠다는 분위기다.

뿐만 아니다.

모처럼 활발해지고 있는 기업금융시장도 썰렁해지고 있다.

특히 단기대출시장이 그렇다.

종금사 등 금융기관들은 최근 대우문제를 이유로 A급 기업어음 할인금리를
1%포인트가량 올렸다.

B급 어음을 가진 업체에 대해서는 드러내 놓고 할인을 기피한다.

은행들도 기업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대우그룹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중소기업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그런가하면 시중자금도 눈에 띄게 단기부동화되고 있다.

금리와 주가가 불안해지자 일단 단기상품에 돈을 맡긴뒤 상황을 지켜
보자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시중자금은 단기공사채형 수익증권과 은행 MMDA(시장금리부
정기예금) 등 단기상품에만 몰려 자금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날 금융시장 지표는 안정세를 지속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5.61포인트 오른 944.46에 마감됐다.

미국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도 전날보다 4원40전 절하된 1천1백98원70전에
마감됐다.

회사채수익률이 약간 오르긴 했지만 전반적인 안정세를 유지했다.

<>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금리와 주가움직임이 불안하다.

비록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이런 인식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기상황을 감안하면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상승세로 반전됐지만 아직은 불투명하다.

이에따라 우선 단기상품에 돈을 맡겨 놓자는 심리가 팽배해지면서 시중자금
의 단기부동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달들어 지난 26일까지 투신사 단기공사채형 수익증권엔 5조7천6백31억원이
몰렸다.

지난 6월 한달동안 7조2천5백89억원이 빠졌던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돌풍
이다.

특히 단기공사채형은 지난 22일까지만해도 7조6천4백12억원 늘었다.

대우쇼크로 환매사태가 일면서 감소하지 않았다면 이달 증가액은 10조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 MMDA도 시중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MMDA는 7일이상만 맡기면 정기예금을 주는 상품이다.

따라서 단기상품으론 안성맞춤이다.

이달들어 지난 23일 은행저축성예금은 무려 6조5천1백60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이 이자를 올리지 않았는데도 많은 자금이 저축성예금에 몰렸다.

요인은 다름아닌 MMDA다.

이달 저축성예금 증가액의 70%가량인 4조2천억원은 MMDA 증가분으로 통화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MMDA가 이처럼 크게 증가한 것은 이달부터 고객예탁금을 전액 예탁받고
있는 증권금융이 MMDA를 선호한 영향이 물론 크다.

그러나 금리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일반법인과 개인들도 MMDA를
찾았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비해 장기공사채형은 이달들어 5조8백80억원 줄었다.

싯가평가제 영향도 있지만 금리가 오르기전에 해약하자는 분위기가 퍼진
탓이다.

금융계에서는 최근 금리상승세가 수그러들었다고는 하지만 금리상승을
점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어 자금의 단기부동화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만일 금융시장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을 경우 단기부동화자금은 더욱
늘어나 금융시장의 또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