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급속히 단기부동화되고 있다.

금리상승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데다 주가도 아직은 지속적인 상승을 확신
하기 어려운 탓에 우선 단기상품에 돈을 맡겨 놓자는 심리가 팽배해지고
있다.

28일 한국은행과 투신협회에 따르면 이달들어 지난 26일까지 투신사
단기공사채형 수익증권과 은행 MMDA(수시입출식 정기예금) 등 두가지 단기
상품에만 무려 10조원가량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투신사의 단기공사채형 수익증권은 이 기간중 5조7천6백31억원 증가했다.

지난 6월 한달동안 7조2천5백89억원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증가세다.

1주일만 맡기면 정기예금금리를 받을 수 있는 은행 MMDA도 이달들어
4조2천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계됐다.

이는 지난 6월 한달동안의 증가액(1조3천3백55억원)의 3배 가까운 수준이다.

이에비해 장기공사채형 수익증권은 이달들어 지난 26일까지 5조8백80억원
감소했다.

장기공사채형은 지난달의 경우 2조7천3백22억원 줄었다.

시중자금이 단기상품으로만 몰리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시중자금이 급속히 단기부동화되고 있는 것은 이달들어 금리상승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대우쇼크"로 주가마저 불안정해져 돈이 갈 곳을 찾지
못한데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 일단 단기상품에 돈을 맡긴뒤 투자처를 결정하겠다
는 심리가 팽배해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대우쇼크이후 금융시장이 지표상으론 완전히 정상을 되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외부 변수가 돌출할 경우 금융시장은 언제든지 불안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우쇼크이후 시중자금의 불안정성은 더욱 심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수익증권 환매조짐이 보였던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공사채형 수익증권은
3조3천8백44억원 빠졌다.

비록 지난 27일 수익증권 감소액은 7천2백75억원으로 둔화돼 환매사태는
진정되고 있지만 수익증권을 이탈한 돈은 아직까지 뚜렷한 정착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반영, 주식형수익증권은 지난 24일 2백52억원 줄었다가 지난 27일엔
8천3백5억원 급증하는 등 증감폭이 커지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대우쇼크로 수익증권을 이탈한 돈 대부분이 투자처를 엿보는
대기자금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는 은행 MMDA로 묻혀 있다가 주가움직임에 따라 주식형 등에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우쇼크로 수익증권 환매조짐이 일기전인 지난 22일까지 단기
공사채형은 7조6천4백12억원 증가했었다며 이 돈이 금융시장의 안정여부에
따라 급속히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일 금리가 다시 상승할 기미를 보인다거나 주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은 따라서 지표상으로 안정을 찾은 금융시장이 시스템적 안정
으로 이어져야만 시중자금흐름도 원활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고 정부에 의해 "강요된 안정"이 깨질 경우 단기부동화자금은
더욱 늘어나 금융시장의 또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
하고 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