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도로건설에 투자한 돈의 회수율이 일정
기간후 5-10%에 불과한 반면, 같은 돈을 여성교육에 투입할 경우 회수율은
27%나 됐다.

이같은 수치를 보면 21세기 벽두에 세계 각국이 여성인력의 교육과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설 것임은 자명하다.

여성인력의 진출도에서 이미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가 크지만 21세기에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질지도 모른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여성의 사회적 평등지수를 조사한 것을
보면 한국은 조사대상 42개국 가운데 40위였다.

또한 유엔개발계획(UNDP)이 여성의 정책결정 참여도를 조사한 통계에서도
한국은 1백2개국 가운데 83위로 여성의 사회참여환경이나 참여정도가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무역량으로 따지면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나라가 여성에 관한 각종
지표에 들어가면 세계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한국여성의 지위에 관한 현 주소가 부끄러운 위치에 있기는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는 앞으로 올라갈 여지가 많다는 반증일 수 있다.

20세기가 군사력과 근육질의 시대라면 21세기는 문화력과 감수성의 시대가
될 것이다.

서해교전 사태와 같은 긴장과 갈등의 공간에서는 여성이 끼어들 여지가
크지 않지만, 화해와 교류의 시대가 개화하면 여성의 역할이 돋보일 수
있다.

지식정보화를 축으로 전개될 21세기의 기업과 조직, 국가에서 남녀간
노동의 질적 차이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육체적인 힘이 아니라 정보처리 능력, 창의력, 기획력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블레어 총리가 훌륭한 것은 생산적 복지를 핵심으로 한 "제3의 길"
을 주창한데도 있지만 여성을 정치사회 전면에 내세운 데에 있다.

영국 노동당은 여성의원이 1백1명이나 된다.

당 소속의원의 4분의 1이다.

전원이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들이다.

역사에 없었던 일이다.

이러한 예에서 볼 때, 우리의 정치개혁 의제가운데 여성 할당제가 빠져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상대적인 불평등 구조를 고치려면 정치부문부터
여성의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