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입찰을 놓고 논란을 거듭했던 진로쿠어스맥주가 OB맥주로 넘어가게 된
것은 맥주시장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밀어닥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OB맥주의 진로쿠어스 인수로 3조원 규모(99년 추정치)의 맥주 시장은 하이트
OB 진로쿠어스의 3사 체제에서 하이트 OB의 양사 체제로 7년만에 복귀됐다.

진로가 맥주시장에 진출하기 이전인 92년 까지 맥주 업계는 양사 체제로
유지돼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3사 체제로 균점됐던 맥주 시장이 양사 체제로 재편됨에
따라 일단 하이트와 OB 두 회사간의 시장 쟁탈전이 불을 뿜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벨기에 인터브루와 자본 합작까지 하면서 선두 탈환에 나선 OB맥주의
공세가 한층 거세지리라는 것이다.

맥주시장 점유율은 상반기말 현재 선두 업체인 하이트가 49%를 차지하고
있다.

OB맥주 34.3%, 진로쿠어스 16.7% 순이다.

이에 따라 OB와 진로쿠어스의 점유율을 합칠 경우 숫자상으로는 선두가
바뀌게 된다.

OB의 진로쿠어스 인수는 맥주시장이 외국 자본가의 영향력 아래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한국인이 1백% 자본과 경영권을 가진"토종맥주"는 사라진 셈이다.

OB맥주는 두산이 지난해 벨기에 인터브루와 50대 50으로 자본 합작해 새로
발족된 회사.

대표이사도 인터브루측의 토니 데스멧씨가 맡고 있다.

선두 업체인 하이트맥주도 지난 4월 덴마크 칼스버그가 1억달러(지분율 16%)
를 출자해 전체 외국인 지분율이 34%를 넘은 상태다.

진로쿠어스가 OB로 넘어감에 따라 하이트는 1위 자리를 놓고 힘겨운 싸움을
벌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현재 3각 구도가 유리한데 2사 체제로 변화돼 앞으로
생사를 건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피해는 진로가 입게 됐다.

진로쿠어스맥주는 물론 모기업인 진로도 사세 위축으로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

진로쿠어스맥주 직원들은 OB측이 고용보장 방침을 밝혔지만 상당수 인원
삭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진로쿠어스와 유통망을 함께 이용해온 진로의 경우도 대리점 이탈 가능성이
높아 회사 정상화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로쿠어스 입찰은 판도변화 외에도 상당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1차 입찰과정이 투명치 못했다며 미국 의회에 지원을 호소한 뒤 재입찰
참가를 끝까지 거부했던 미 쿠어스사의 피터 켄달 수석 부사장은 "입찰
과정이 불공정하게 진행돼 법적 대응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진로쿠어스 임직원과 충북 지역의 거부감도 OB맥주가 풀어야 할 과제다.

진로쿠어스 노조는 연일 시위를 벌이며 OB맥주의 인수를 반대해 왔다.

< 최인한 기자 jan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