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기 강원지역을 강타한 이번 집중호우의 원인은 대기 불안정에 따른
"수증기" 현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반도 상공의 차가운 공기와 하층의 따뜻한 공기가 뒤엉키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졌고 이로 인해 비구름층(물방울)이 형성돼 집중폭우를 불러왔다는
것.

특히 중국 화난지방에서 발생한 고온다습한 기류가 계속 한반도쪽으로
이동, 한반도 북쪽의 차가운 기압골과 만나면서 대기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기상청은 이같이 고온다습한 남서기류가 대거 한반도로 몰려온 데 대해
올해 북태평양 고기압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돌리고
있다.

통상 한여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불볕더위를
몰고 왔으나 올해는 고기압 세력이 예상만큼 확장하지 못하면서 남부지방이
그 가장자리에 놓이게 됐다.

이에따라 수도권과 강원지방에 거대한 비구름대가 형성됐다는 것이 기상청
의 설명이다.

이번 비는 지난 29일부터 부산 경남 지방에 내렸던 집중호우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당시에는 제5호 태풍 "닐"(NEIL)이 소멸한 뒤 중국쪽에 남아 있던 열대성
저기압(TD)이 남부지방으로 몰려오면서 많은 비를 뿌렸다.

기상청은 오히려 지난해 여름 서울.경기 지방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의
원인과 이번 상황이 유사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장마가 끝난 뒤 우리나라가 북태평양 고기압의 언저리에
놓이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졌고 중국 양쯔강을 범람시킨 저기압 세력이
계속 한반도로 찾아오면서 곳곳에 집중호우를 가져왔다.

다만 지난해에는 비구름대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게릴라성으로 이곳
저곳에서 발생, 지역에 따라 강수량의 차이를 보인 것이 올해와는 다른
양상이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