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끝은 있어도 물난 끝은 없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불이 나면 타다 남은 것이라도 있지만 수재를 당해 한 번 물에 씻겨 내려가
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삼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달 장마에는 못산다"는 것도 홍수를 더 무서워
했던데서 나온 얘기다.

한국인의 의식속에 홍수는 지금도 이처럼 "무서운 것"으로만 자리잡혀
있다.

엊그제 밤부터 파주 경기 강원 중북부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임진강
한탄강이 범람하고 일대가 온통 물바다로 변했다.

사망자 실종자 수재민이 속출하고 교통통신이 두절되는 등 피해는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우리에겐 연례행사처럼 겪어야 하는 것이 수재다.

하지만 꼭 1년만에 그것도 같은 지역에서 또다시 수재를 겪어야 하는
수재민들의 심정이야 오죽하랴.

피해상황 뉴스를 접하는 국민들도 해마다 똑같이 계속되는 재난이
짜증스럽게만 느껴질 지경이다.

지난해 이무렵 2백여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1조2천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던
게릴라성 폭우이후 1천3백만달러의 거액을 들여 도입한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도 무용지물이었다는 말일까.

이번에 내린 장대비도 몇시간전까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니 말이다.

그나마 6~7시간 앞당겨 호우경보를 내려 인명피해를 줄일수 있었다는
기상청 발표가 진위야 어찌됐던 밉살맞기는 마찬가지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지난해와 똑같이 산사태로 일어난 군부대의
인명피해다.

장병을 야외 숙영시키는 지휘관이 병사를 흙속에 묻어버리는 실수를
어떤 경우든 거듭해서는 안된다.

지난해보다는 경보예고시간이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얼마나
신속하게 대처했는지도 의심스럽다.

아무튼 지난해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물난리를 당한 수재민들의
처지가 안타깝다.

그런데 비가 그치겠다는 소식은 커녕 태풍 "올가"가 북상하고 있다니
걱정스럽기만 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