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엔화강세"라는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엔.달러환율은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달러당 1백21엔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주말인 30일에는 1백14엔대로 접어들었다.

이는 일본 경제가 1.4분기중 1.9%의 성장을 달성한 데다 국제자금이 일본
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는데 크게 힘입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에 따른 경제침체에 허덕여 온 한국으로서는 경기
회복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호기가 도래한 셈이다.

<>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 =엔화강세는 한국의 수출증대와 성장촉진으로
이어진다.

한국과 일본의 상위 30대 수출품목중 경쟁관계에 있는 품목은 모두 15개에
이른다.

반도체, 섬유, 철강, 조선, 석유화학, 가전, 자동차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제품이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이 39%, 일본은 37%에
이른다.

엔화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한국으로서는 이들 품목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
으로 높아지게 돼 수출은 증가하게 된다.

특히 일본과 세계시장을 분점하고 있는 반도체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자동차와 가전등 일본제품에 비해 품질에서 다소 열세에 놓인 제품들도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지역적으로도 일본과의 경쟁이 치열한 동남아지역에서 수출호조가 예상된다.

이 지역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 수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반면 전기전자, 기계, 철강, 화공품 등 대일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수입단가가 높아져 수입규모가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수출가격 하락효과가 수입수요증대보다 커 전체 무역
수지에는 플러스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엔화가 원화에 비해 10% 절상될 경우 향후 1년간 수출은 4.5%가량 증가
한다는 분석(LG경제연구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약 30억달러의 수출증대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수출증대는 생산을 직접적으로 확대시킬 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심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경제성장률을 높이게 된다.

외환보유고도 증가해 금융시장 안정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

<> 주식시장 파급효과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한국의 대표적인
업체의 실적호전과 함께 전체적인 주가상승을 유도하게 된다.

김기환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이사는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상승행진을 계속하는 것은 엔고에 의한 수출호조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말로 엔고효과를 설명했다.

엔화강세는 또 수출기업의 실적호전 외에 무역수지를 개선시킴으로써
시중유동성을 풍족하게 만들어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80년대 후반에도 "3저"가 만들어낸 무역수지 흑자가 시중유동성을 늘렸고
그것이 증시를 폭발시킨 적이 있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팀장은 "대우문제가 가닥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엔화
강세가 지속되면 주가는 한단계 도약(level-up)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엔화강세에 너무 기대를 걸 경우 실망도 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지영걸 동양증권 법인부차장은 "최근의 엔화강세는 일본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대우증권도 "일본경제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하기엔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본정부가 엔화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엔이 강세를 나타낼 경우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미국증시가 크게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
했다.

엔고효과 자체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남우 삼성증권 이사는 "80년 후반기의 3저호황 때와는 달리 세계교역량이
그다지 늘지 않고 있어 엔고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
했다.

< 홍찬선 기자 hcs@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