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인 < 금호산업 사장 hishin@swan.kumho.co.kr >

외국인들이 뽑은 "경제활동하기 힘든 나라" 중에 한국이 들어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 기사엔 관공서의 인허가 처리절차는 접수순이 아닌 급행료 순이라는
사례를 곁들이고 있다.

우리의 경우 관공서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공정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도 빈번하다.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보행자를 위해 보도가 있지만 노상간판과 노점, 그리고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불법주차 차량때문에 보행자의 권리는 뒷전에 나 앉고 있다.

나라에는 법이 있고 스포츠에는 경기규칙이 있듯이 모든 일에는
원칙이 있다.

원칙에 따라 공평하고 정대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공정하다고 한다.

원칙을 어기면서 자기 편리한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원칙을 지키는 사람보다
큰 이득을 보게 된다면 그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미국의 교육방침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 가운데 중요한 것은 용기 자유
그리고 공정성이라고 한다.

부모가 자녀를 가르칠 때 위엄이나 혈육의 정보다 우선하는 것이 공정하게
대하는 일이다.

부모는 TV를 보면서 아이들에겐 안된다고 한다면 "그건 공정하지 않아요"
라는 지적을 즉각 받게 된다.

그러므로 어린이가 왜 TV를 보지 말아야 하는지 원칙을 제시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여기에 담겨있는 또 다른 교훈은 원칙이 준수되려면 윗사람의 솔선수범과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개인생활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에는 추진력 판단력 미래를
보는 혜안 등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솔선수범을 으뜸으로 치고
싶다.

톰 피터스 박사는 "사람들은 당신의 발을 주시하지 입술을 주시하지 않는다"
라고 한 바 있다.

우리 속담도 "아이들은 어른들의 등판을 보고 배운다"고 했다.

원칙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에 따라 매사를 공정히 처리하는 일에 윗사람부터
앞장선다면 사회가 정화되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아가기 쉬워질 것이다.

바로 진정한 선진사회로 발전하는 첩경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