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나 PC통신에서 메일을 주고 받을 때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ID다.

그 뜻이 분명한 영어 이름, 암호처럼 보이는 영문, 예쁜 한글이름 등
나름대로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다.

ID는 가상공간에서 현실세계의 이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실제로 PC통신 대화방이나 웹 페이지의 토론마당 등에서는 실명 대신
ID로만 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ID를 만들 때는 보다 새롭고 눈에 띄는 것을 찾기 위해 고심하게
된다.

특히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사용하는 공식적인 E메일 ID와 별도로 개인적인
ID를 가진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쓰는 ID는 자기 영문 성명의 이니셜을 딴 딱딱한 이름인데 비해
개인적인 ID는 그야말로 자기 개성을 한껏 드러낼 수 있도록 튀는 이름을
갖는다.

호적에 올라있는 이름은 대개 부모님 조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는 이름이지만 ID는 전적으로 자기 "작품"이므로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PC통신이나 인터넷 페이지에서 접할 수 있는 "재미있는 ID"는 크게
<>자기이름을 재해석한 것 <>한글의 의미와 어감을 살린 예쁜 한글이름
<>연인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이름 <>도무지 해독하기
힘든 암호 수준의 난해한 이름 등으로 나뉜다.

<> 자기 이름을 재해석한 경우 :자신의 한글이름의 의미를 영어로 번역하는
형식이다.

현석이라는 이름을 어질 현, 돌 석으로 풀어낸 wisestone, 장미경이라는
이름에서 앞의 두자(장미)를 따서 만든 rose가 대표적이다.

김씨로 호랑이띠인 사람의 tigerkim, 차씨 성을 가진 사람의 chapride,
남씨 성을 가진 사람의 namnam 등이 이 경우에 속한다.

<> 예쁜 한글이름 :샛별초롱 웃는하늘 푸른시간 별빛전설 어린동심 향기세상
이른새벽 햇볕찬란 웃자 등.

10~20대가 대부분인 PC통신 토론방에 참여하는 중년여성의 "나도"도 있다.

<> 가족이나 연인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 이름 :쌍둥이를 둔 아버지의
자식사랑을 드러낸 double , 아기 이름을 자기 아이디로 가져다 쓴 슬기,
연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널사랑해 선사랑(선은 연인의 이름 끝글자)
등이 있다.

<> 암호같은 이름 :한글을 영문자판으로 눌러 입력하는 것이 많다.
"qpxhqps"는 베토벤, "rlqns"는 기분을 영문 자판으로 입력하면 나타난다.

영문자만 보면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암호같은 이름들이다.

<> 이밖에 자유로워지고픈 마음을 드러낸 wanderer, 자유행동 풍운객
철새의꿈, 역사의식이나 정치지향성을 드러낸 발해의꿈 중원정복 유신철폐,
그리고 무협지에서 따온 듯한 서북풍 열혈검객 독방거사 등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