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금융소득 종합과세 실시를 유보하게된 배경에는 정치 경제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부와 여당이 종합과세를 조기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나결론을 내릴 것같은 분위기였다.

지난달 21일 임채정 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의 "종합과세 재실시를 검토할
때가 됐다"는 발언과 그 다음날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의 "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이 이같은 추측을 낳게
했다.

어쨌든 여당이 금융소득 종합과세 실시를 연기하겠다는 당론을 정한 만큼
그동안 금융소득종합과세 재실시시기를 놓고 무성했던 논란들이 이제는 다시
수면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 실시유보 배경 =97년12월 3당이 종합과세를 유보키로 합의할 당시에
비해 경제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경제적 이유도 있다.

최근 우리경제가 다소 회복되고 있기는 하나 아직 안심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종합과세 실시로 금융자산 내역이 국세청에 통보되면 재산가들이 위축돼
은행의 예금을 장롱속으로 숨기거나 해외로 유출시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려 대출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을
더욱 곤란에 빠뜨리면 중소기업, 개인들의 대출선이 막힌다는 현실적 염려도
만만찮았다.

실제로 대우쇼크로 인해 금융시장이 순식간에 엄청난 혼란에 빠져들자
조기실시론자들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상대적박탈감 또는 과세형평 측면에서 종합과세 조기실시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왔으나 종합과세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근본적 해결책이
못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았다.

오히려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과세강화나 음성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등
세정차원의 접근이 더욱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 내년 4월 총선도 종합과세 실시를 유보하게된 숨은 배경의 하나로 해석
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경기회복이나 금융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을 과감히
시행하기엔 여권으로선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 굳이 실시해야 하나 =종합과세의 목적은 한마디로 세부담의 공평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높은 소득에 대해 보다 높은 세금을 부과해 "응능부담의 원칙"을 구현하자는
논리다.

금융소득을 분리과세할 경우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이나 동일하게 20%의
세율이 적용돼 과세형평원칙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별로 금융소득이 얼마인지 알아야
하므로 93년8월 금융실명제가 도입되고 나서야 96년1월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금융거래를 통한 각종 검은돈의 흐름이 한눈에 드러나게 된다.

종합과세 실시는 한편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부의 편중현상을 다소나마
해소해 중산서민층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결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실업과 임금삭감 등에 따라 중산층과 서민층은 소득
기반이 취약해진 반면 고소득층은 고금리에다 종합과세유보에 따른 세율인하
로 이중의 혜택을 누려 왔기 때문이다.

<> 향후 전망 =여당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공평과세에 대한 정부의 의지
만이라도 천명할 계획이다.

국민회의는 내년 총선이 끝난 이후인 오는 2001년 1월분 소득부터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되 법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개정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상황이 수시로 급변하는 데다 제도시행에 따른 장단점이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29개 OECD 회원국중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11개국에 불과하다"면서 "개방사회에서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과세의
형평성과 국제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번 종합과세실시가 유보된 것은 3당이 합의했기 때문"
이라면서 "법은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병일 기자 kb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