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워질뻔한 게임은 16번홀(파4-4백49야드)에서 돌연 식어버렸다.

페어웨이 정중앙을 가르는 샷은 누가뭐래도 굿샷.

그러나 그 한복판의 샷이 최악의 미스샷이 된다면 코스설계에 의문이
생길수 밖에 없다.

3일오전(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오크스의셔우드CC(파72.7천25야드)
에서 벌어진 "우즈-듀발의 매치플레이 쇼다운"은 "16번홀의 이상한 구조"로
인해 싱겁게 끝났다.

당시 데이비드 듀발은 타이거 우즈에 한홀을 지고 있었다.

3홀을 남기고 한홀차라면 승부는 박빙.

더우기 듀발은 12번홀까지 3홀을 지고 있다가 13, 14번홀 연속 버디로
격차를 줄였다.

흐름은 듀발의 상승세임이 분명했다.

듀발은 드라이버샷을 힘차게 날렸다.

그러나 티잉그라운드부터 약 3백야드 지점의 페어웨이 한가운데에는 직경이
약 3m인 작은 "트러블"이 있었다.

두개의 바위사이에 나무들을 심어 놓은 이곳은 "평범함을 거부하기위한
인조 정원"이라 할까.

공교롭게도 듀발의 드라이버샷은 "너무도 정확하게"그 트러블을 찾아들었다.

바위 사이 약 70cm 공간의 덤블속으로 들어간 것.

일부러 그곳으로 쳐 넣으려 하면 아마 수백번 쳐도 들어가지 않을
공간이었다.

듀발은 언프레이어블 볼을 선언하는수 밖에 없었다.

1벌타후 후방선상에 드롭하고 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서드샷은 온그린에도 실패했다.

듀발은 2m 버디찬스의 우즈에 홀을 양보, 두홀을 지게 되며 사실상 승부를
끝냈다.

<> 할리우드 인근의 셔우드CC는 잭 니클로스 설계로 89년 개장한 코스.

십년 역사에 불과하지만 미국 1백대코스에 랭크된 신설명문이다.

16번홀과 같은 페어웨이 정중앙의 트러블은 티잉그라운드에서 훤히 보이기
때문에 결코 "트릭"은 아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페어웨이가 넓을 경우 페어웨이 복판에 샌드벙커나
그라스벙커를 조성한 홀들도 국내에 있다.

그러나 이곳과 같이 그리 넓지도 않는 페어웨이 가운데에 "회복 불능"의
바위덤블을 조성한 것은 공정성에 의문이 생긴다.

"보이니까" 피해가면 될 것 아니냐고?

그러나" 정중앙 3백야드 드라이빙"에 1벌타가 불가피하다면 골프의 도전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홀에서 듀발의 드라이버샷이 정중앙 바위속으로 사라지자 우즈는
아이언으로 클럽을 바꿔 안전 티샷을 했었다.

우즈는 파3홀인 17번홀(2백32야드)을 파로 비기며 2&1(한홀 남기고 두홀
승리)로 이겼다.

<> 미국골프사상 최초로 ABC방송을 통해 저녁 프라임타임에 생중계된 이번
경기에서 우즈는 1백10만달러, 듀발은 40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그중 20만달러씩은 각각 자선기금으로 기부됐다.

"이벤트성 볼 거리"에 불과한 대회지만 우즈는 역시 매치플레이에 강한
면모를 과시하며 세계랭킹1위의 자존심을 지킨 셈.

그러나 16번홀 해프닝은 그같은 코스설계에 대한 논란을 가열시킬수 밖에
없다.

< 김흥구 전문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