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이 10억달러의 DR(주식예탁증서)을 주당 6천5백원에 발행키로 한
것은 악조건에서 성사됐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가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이어서 주주이익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 10억달러 도입 성사 =한빛은행의 DR 발행은 처음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난 5월부터 15억달러의 DR을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환율하락을
우려한 정부의 반대로 발행시기가 늦춰졌다.

금액도 10억달러로 줄었다.

경쟁관계인 외환은행 조흥은행의 DR 발행이 한꺼번에 허용된 것도 악재였다.

이후 삼성자동차 법정관리와 대우사태 발생, 자금시장 불안과 환율 상승 등
여러가지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한빛은행은 지난달 12일부터 싱가포르 홍콩 런던 파리 뉴욕 보스톤 등
10개국 24개 도시를 순회하며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29일에는 해외투자가들로부터 DR 가격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가(8천5백~9천원)에 훨씬 못미치는 6천원대였다.

한빛은행은 이같은 가격으로는 DR을 발행할수 없다고 판단, 발행시기를
9월 이후로 연기했다.

그러나 "국가신인도를 위해 무조건 성사시키라"는 관계당국의 요청이
있는데다 하반기 발행이 더욱 어려워질수 있다고 판단, 추가협상을 거쳐
주당 6천5백원에 발행하기로 했다.

한빛은행은 10억달러의 DR 발행으로 앞으로 적정수준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할수 있다고 밝혔다.

<> 주당 6천5백원은 적정한가 =한빛은행은 보도자료에서 "국내 유상증자의
경우 싯가의 20~30% 할인발행이 불가피한 점을 감안하면 적정한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2일 종가(8천2백50원)에서 21% 할인했기 때문에 큰 문제될 것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들이 청약하기 때문에 가격할인 혜택이
주주에게 돌아간다.

반면 DR 발행은 제3자에게 배정한다.

가격할인폭이 클수록 기존주주의 손실이 커진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분 20%를 30% 할인가격으로 제3자에 배정할 경우
기존 주주들은 5% 정도 손해를 본다"며 "한빛은행의 경우 기존 주주들이
한주당 4백원 정도 손실을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한빛은행 DR 매입으로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국내에서 사들였던 한빛은행 주식을 8천원대에 매각하고 해외
DR을 6천5백원 수준에 사들이는 차익거래를 할수 있다.

외국인들은 현재 1백50여만주의 한빛은행 주식을 갖고 있다.

기관투자가들도 국내에서 주식을 매각하고 룩셈부르크 시장에서 DR을 매입
하는 차익거래로 비슷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반면 국내 주주들은 차익거래로 쏟아지는 매물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대해 한빛은행 관계자는 "자본확충으로 S&P나 무디스 등 외국 신용평가
기관의 평점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