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번득이는 눈빛에 감도는 살기.

입가에 번진 사악한 미소.

보기만해도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다.

여고생 가수 박지윤(18)이 신들린 듯한 악령연기로 한여름밤 더위를
몰아내고 있다.

SBS월화드라마 "고스트"에서 귀신에 씌운 의대생역이다.

통신상에서는 주인공보다도 연기가 인상적이라는 평이 쏟아진다.

김종학PD도 "연기에 끼가 넘친다"며 감탄을 연발한다.

지난해 한 시트콤에 출연하다 도중하차했던 때와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
이다.

"글쎄요. 저한테 딱 들어맞는 배역을 맡아서 그럴까요. 분장도 따로
필요없고 눈만 올려뜨면 그냥 귀신같다고들 하더라구요. 사실은 감독님이나
여러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이지요. 제가 보면 부족한 부분이 아직도 많은걸요"

중1때 CF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97년 "하늘색 꿈"이란 앨범을
내놓으며 일약 스타 대열에 올랐다.

올봄엔 뮤지컬에도 출연했다.

CF모델에서 가수로, 뮤지컬 배우로, 이젠 본격적인 연기자로.

말그대로 무차별적인 영역확장을 해왔다.

그것도 매번 성공적으로.

그런 그에게 사람들은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가능성을 예감한다.

"어떤 것이 저의 길이라는 생각은 아직 안 들어요. 데뷔한지도 얼마
안됐고요. 그저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게 정말 재미있어요"

그의 최종 기착지는 과연 어디일까.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