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C통신에는 SBS 월화드라마 "고스트"를 문제삼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극중 의과대학 생활이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우선 도마에 오르는 것은 의대생들이 부검실습을 할때 수술장갑도 끼지
않고 사체를 다루는 장면이다.

수술시 장갑을 끼는 것은 기초중의 기초다.

실습을 지도하는 교수가 "오늘은 교통사고로 숨진 환자시체"라며 "오늘의
사체"를 설명하는 부분도 지적대상이다.

실습용 시체는 보통 사후 일년쯤 지난 포르말린으로 처리된 것을 사용한다.

그나마 실습용 사체가 모자라 해외로 부검실습을 다녀올만큼 사체가
태부족한 형편이라고.

사체하나로 일년씩 실습하기도 다반사다.

그런데도 극에서는 매번 다른 사체로 실습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

전문직의 모습이 사실과 동떨어진 것은 비단 고스트뿐만 아니다.

얼마전 끝난 "해피투게더"에선 검사들이 주로 놀러다니는 모습만 비춰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공주"같은 여검사가 총을 들고 범죄자와 대치하는 장면도 코미디였다.

MBC 아침드라마 "아름다운 선택"의 주인공인 일간지 여기자는 선배 여기자를
공식석상에서 예사로 "언니"라고 부른다.

오래전 일이지만 SBS "모래시계"에서 등장한 여기자는 신문사 편집국장을
"-국장"하고 불러대 업계 종사자들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다.

모두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사건"임에 분명하다.

이같은 일들은 "전문직"이 단순히 주인공을 치장할 장식적인 도구로만
사용되는데서 비롯된다.

물론 "직업드라마"가 아닌 이상 드라마에서 특정 직업의 세부 디테일까지
기대하긴 어려울지 모른다.

방송사 설명대로 극적재미를 위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충분한 사전조사없이 전문직의 생활을 자유자재로 왜곡하는 것은
제작진의 성의부족이 아닐수 없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