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들과 직접 만나 그들의 속내를 듣자"

아시아에서 성공하길 바라는 최고경영자(CEO)는 간단해 보이는 이 한마디를
책상머리에 써붙여야 한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3일 아시아의 CEO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CEO들은 의외로 종업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의견청취를 한다해도 대개 무성의한 질문서를 통해 형식적으로 의견을
모으는 데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는 40여개 아시아 지역기업(다국적기업포함)을 대상으로 싱가포르의
조사기관인 스티브 모리스사에 의해 이뤄졌다.

이번 조사 결과, 아시아 CEO들의 리더십에서 가장 큰 단점은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기술이 없으며 종업원을 강조하지 않는 점"으로 지적됐다.

종업원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들을 사운을 같이 할 동반자로 여기지
않고 그저 부리는 사람쯤으로 본다는 얘기다.

아시아의 근로자들은 집단속에서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스스로를 제어하는 마음이 "단 5분 정도의 대화로
쉽게 풀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사를 담당한 스티브 모리스 사장은
밝혔다.

그는 그러나 아시아의 근로자들은 일반적으로 직장생활에 있어서도 "가족"
이란 요인에 의해 의사결정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으며 또 자기 개인의
일보다는 자신이 속한 부서의 일을 통해 보다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개인중심적이고 개인의 직무를 중시하는 서구 종업원들과 대비를
이루는 측면이다.

모리스 사장은 이에 따라 종업원들을 잘 통솔하기 위해서는 돈보다는
개인적인 관심, 즉 그들의 이름을 부르거나 생일을 기억했다가 축하해 주는
게 낫다고 권고했다.

아시아 CEO들의 보편적인 고민으론 회사의 비전이나 후계자를 양성하는
여건이 불충분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후계자 양성에서 애로를 느낀다는 것은 젊은 종업자들과 같이 호흡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로, "합의" 문화에 자신들이 익숙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신문은 풀이했다.

세계적 컨설팅기업인 아더 앤더슨이 내놓은 최근 보고서의 경우도 차세대
경영자는 젊은 세대를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의견수렴을 통해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의 경영문화는 대체로 카리스마적인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편 이 신문은 아시아의 종업원들이 병가를 내는 일수는 평균적으로
연간 6일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업계에서 병가일수가 가장 적었으며 미디어와 홍보부문에서 그 일수가
가장 많았다.

또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의 종업들이 다른 아시아국가의 종업원들에 비해
병가를 내는 일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