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며칠째 시가지를 고립시켰던 흙탕물이 빠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일대.

시커멓던 하늘은 오랜만에 제색깔을 되찾았다.

반가운 태양이 흠뻑젖은 시가지를 말려주고 있다.

처참하게 망가진 시가지는 모처럼 사람과 차량들로 분주했다.

재기의 삽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청소차와 포크레인, 덤프트럭이 도로를 뒤덮은 황토흙과 작은 언덕을 이룬
쓰레기 더미를 치웠다.

소방대원들은 소방차를 동원, 거리청소작업과 급수에 나섰다.

지하층의 물을 양수기로 퍼올리는 장면도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방역당국의 방제차량도 연신 소독약을 뿌리고 지나갔다.

굴착기 포크레인 등을 동원한 군병력도 복구 대열에서 땀을 흘렸다.

무엇보다 피난처에서 돌아와 흙더미로 변한 집을 청소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눈물겨웠다.

억장을 문산초등학교 등에 대피했던 주민 5천여명은 아침식사를 간단히
마친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젖은 옷가지와 가재도구를 씻어냈다.

흙탕물로 더럽혀진 장롱 냉장고 등 집기를 밖으로 들어내고 건물내부를
닦아냈다.

젖은 방바닥에 신문지를 깔아 물기를 빨아내는 등 "습기와의 전쟁"을
벌였다.

문산 2리에 사는 김순녀(41)씨는 "집이 3분의 2 가량이 잠겨 전자제품이나
장롱등을 대부분 못쓰게 됐다"며 "그나마 물에 젖은 물건중 쓸만한 것을
하나라도 건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가족들과 함께 집안을 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들은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었다.

아직도 한 쪽에서는 복구작업이 한창인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해병들이
고무보트로 생필품을 나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문산읍 문산5리 전체와 문산1리와 2리 일부지역, 호수아파트 단지 1개층은
물에 잠겨 복구작업을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문산1리 윤길현(46) 이장은 "매번 되풀이 되는 물난리에 이젠 정말 신물이
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신성목공소를 운영하는 정철호(48)씨는 "이번 비로 공장의 3분의 2 가량이
침수돼 기계설비가 완전히 물에 잠기고 자재들이 떠내려 가는 피해를 당했다"
며 "그나마 공장이 상대적으로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어 물이 빨리 빠져 나가
다행"이라고 말했다.

문산3리에서 서점을 경영하는 최대흥(41)씨는 "1백여평 크기의 창고가
침수돼 안에 쌓아 놓은 책 2억여원어치를 잃었다"며 "그러나 96년 물난리때
혼이 나 미리 손해보험에 들었다"면서 다행스러워했다.

반면 길건너 문구점 주인 장진우(30)씨는 "문구점이 천장까지 완전히 잠겨
1억5천만원어치의 문구를 고스란히 날렸다"면서 "보험에 들지 않아 보상액이
손실액보다 훨씬 적을 것같다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 문산=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