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한 단순한 기업 PR 수단에서 최근 거래의 매개수단을 넘어
기업경영의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웹(Web)의 가장 큰 특징인 상호작용성이 기업조직을 유연하고 수평적으로
만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 최고의 인사권자 인터넷 =삼성물산의 장성훈 경영기획팀 정보전략부장은
회사내에서 가장 무서운 인물로 통한다.

장 부장은 "인터넷 잼(Jam)"을 일으키는 임직원을 찾아내 구제불능이라고
판단되면 ID와 패스워드를 회수해 버린다.

네트워크의 미아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사회적인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앞으로는 대기발령을 내거나 지방근무지로 좌천시키는 방식의 인사는
사라질 것이라는게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 가장 큰 압박수단이
될 것이라는 것.

쏟아지는 메일리스트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언젠가 "Invald ID"라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결재판을 들고 오르내리는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또 하나의 회사 하이퍼텍스트(Hyper text) 조직 =현대종합상사 철강본부
형강팀의 김웅 과장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석유공사가 석유 시추선을 발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시추선은 금액만 수천만달러에 달해 단일국가에서 공급이 불가능한 품목.

김 과장은 즉시 그룹웨어에 접속했다.

가장 낮은 가격에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는 조건을 검색했다.

독일 지사에 설계를, 일본 지사에 철강과 원자재 조달을 의뢰했다.

자신은 수출입은행을 통해 신용제공이 가능한지를 타진했다.

이틀 뒤 각 지사에서 각 품목별 예상가격과 소요시기 등 필요한 정보가
전자메일로 들어 왔다.

김 과장은 입찰서류를 준비해 인터넷으로 프로젝트 심사를 본사에 의뢰했다.

이처럼 영업직원은 자신이 처리할 업무에 도움이 될 팀원을 가상공간에서
조달한다.

직급은 중요하지 않다.

전문성이 유일한 기준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별도의 "사이버 컴퍼니"를 만들고 자신이 책임자가 되는
것이다.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본 단위가 경직된 위계조직에서 하이퍼텍스트
방식으로 인터넷을 통해 분자처럼 이동하는 개인으로 바뀌고 있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