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증권 김형진 회장은 작년 7월 세종증권의 전신인 동아증권을 인수
하면서 명동 사채업자에서 제도권 금융기관 경영인으로 변신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중졸 학력으로 전문가들이 즐비한 증권업계 회장으로 발돋움한 그에게는
"채권 귀신" "증권가의 기린아"등의 별칭이 뒤따랐다.

검찰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세종증권 주식 등을 포함, 5천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전남 장흥에서 중학교를 마친 뒤 상경했다.

법무사무소 사환, 등기소 공무원 등을 거쳐 24세 때인 지난 81년 명동
사채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국공채도매,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채권을 다루면서 채권시장의
생리를 터득하면서 돈을 모았다.

한때 명동 사채시장을 주름잡았던 B씨 밑에서 일하다 B씨가 삼풍백화점
사고로 죽은 뒤 독립했다.

그는 IMF 사태이후 회사채 금리가 30%이상으로 치솟았던 지난해초 큰 돈을
벌었다.

5대 재벌이 아닌 기업의 회사채는 인수자가 없어 발행조차 되지 않을 때
회사채를 대신 팔아주는 조건으로 자기 돈없이 채권을 전량인수하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일을 벌였다.

IMF 위기를 기회삼아 회사채 불법거래 등으로 단기간에 5백억원의 돈을 번
것이다.

김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은 동아증권 인수과정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채권중개 등으로 번 돈을 종자돈으로 삼아 부도위기에 몰린 동아증권
주식을 사모아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는 이어 동아증권을 세종증권으로 바꾼 뒤 당시로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사이버거래를 위한 "사이버월드"를 출범시켜 증권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사이버트레이딩 수수료를 업계 최저수준으로 낮추고 고객들에게
고가의 이동단말기를 무료로 나눠 주는 등의 영업전략을 펼쳐 인수 당시
70억원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회사를 자본총계가 1천7백억원(5월말 기준)에
이르는 건실한 회사로 변모시켰다.

또 지난 5월에는 세종증권이 국내처음으로 만기 1백년짜리 초장기 BW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실제로는 50년
만기로 발행됐다)

김 회장의 "신화"는 그러나 회사채 불법거래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구속
됨으로써 막을 내리게 됐다.

<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