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이 대주주인 최순영 신동아그룹회장의 끈질긴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영 보험사로 탈바꿈 하게 됐다.

앞으로 최소 1조3천5백억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 주도로 경영
정상화를 꾀하게 된 것이다.

최 회장은 자신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 투자회사인 파나콤을 통해
2조5천억원(후순위채 1조5천억원 포함) 규모의 독자적인 자본을 확충,
경영권 사수를 향한 마지막 카드를 내놨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금융감독위원회는 파나콤 투자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짓고
당초 계획대로 대생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 정부주도의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다.

최 회장 측근들로 구성된 대생 이사회가 금감위 명령대로 14일까지 주식
소각을 결의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관리인회에서 독자적인 주식 소각절차를
밟기로 했다.

최 회장이 대한생명 대주주로서의 권한을 가질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주일이다.

금감위는 앞으로 공개모집을 통해 전문 보험경영인을 채용해 자산규모
13조원의 대형 생명보험사인 대한생명 정상화를 맡길 계획이다.

새로 선임되는 전문 경영인은 대한생명의 돈을 빌려쓴 신동아그룹 계열사
정리도 담당해야 한다.

대생의 경영정상화기간은 새로 선임될 전문경영인과 현재의 대생가족의
노력과 공적자금투입규모에 달려 있다.

공적자금이 최소규모인 1조3천5백억원정도 투입될 경우 정상화에 3년정도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생의 국유화가 결정됨에 따라 금융기관 해외매각을 통한 금융산업 발전
이라는 당초의 구조조정 목표는 물건너 갔다.

제일은행 서울은행 매각작업도 난관에 부닥쳐 있어 조기 매각을 호언해온
금감위로선 체면을 구길수 밖에 없게 됐다.

최 회장이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막판까지 저항함으로써 금감위의 업무
처리 미숙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위는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는 부실금융기관 지정이 회사가치를 하락
시킬지 역효과를 낼수 있다고 판단, 최 회장이 저항할수 있는 여지와 시간만
준 꼴이 됐다는게 주위의 평가다.

하지만 대생 매각은 공개매각방침을 밝힌 지난 2월이후 6개월 넘게 표류
했고 회사가치는 꾸준히 하락했다.

금감위 입장에서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법적 분쟁도 골치거리다.

최 회장측이나 기습적인 투자결정을 한 파나콤등이 금감위가 대생을 국영
보험사로 만드는 과정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