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세계각국의 관심이 국제 외환시장에 집중되고 있다.

나라마다 그 반응은 다양하다.

엔화강세에 따른 파급효과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엔화강세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고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들은 긍정적이다.

일반적으로 엔화강세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국가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나는 수출경쟁력의 변화에 따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흐름의 변화에
의한 것이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일본제품의 달러표시 수출가격이 높아진다.

따라서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대신 일본과 경쟁하는 국가들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강화된다.

즉 수출경쟁력 측면에서 엔고는 일본에게 불리하고 기타 다른 나라들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 엔화강세는 연간 5백억달러를 넘어서는 대일 무역적자
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엔고를 환영하지 않는 것은 엔화강세에 따른 자본
흐름의 변화가 미국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엔화강세, 즉 달러화약세는 미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
기 때문에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경우 미국의 채권가격이 떨어지면서 금리가 상승하고 버블붕괴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미국주식시장에도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미국경제의 호황은 주가상승으로 자산이 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개인들이 소득수준 이상의 소비를 하고 있는 데 따른 측면이 크다.

금리상승과 주가하락은 소비를 위축시켜 미국경제가 급격한 불황국면을
맞게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막대한 대일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다.

아시아 개도국들은 일본과의 경쟁관계가 크기 때문에 엔고로 인해 자국의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자금흐름 측면에 있어서의 효과는 확실치 않다.

미국에 투자돼 있는 해외자본들은 대체로 안전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이 자본이 미국에서 빠져나온다 하더라도 꼭 개도국으로 옮겨가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경기 침체로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경우 개도국에 이미 투자
되어 있던 자본이 회수될 수도 있다.

이처럼 나라마다 엔고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세계경제 전반에
대한 영향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완만한 엔고는 개도국의 경제회복을 돕고 미국경제의 과열을 막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이루어질 경우 회복조짐을 보이던 일본경기가
재추락하고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전세계적 불황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은 일본과 매우 유사한 무역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엔고에 따른
수출경쟁력 상승효과가 상당히 큰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자료를 통해 분석해보면 원.엔환율이 10% 상승(엔화강세)할 때 한국의
수출은 향후 1년간 4.6% 가량 늘어나는 효과를 나타낸다.

올해 기준으로 60억달러에 달하는 큰 액수다.

특히 90년대 들어서 한국과 일본간의 수출상품 경합도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엔화환율 변화의 효과는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품별로 보면 자동차수출이 엔화환율 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자동차는 고가소비재의 특성상 수요가 가격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가격경쟁
이 치열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일본과 과점시장을 이루고 있는 반도체 선박과 최근 한국 수출의
주력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LCD(액정화면표시장치) 무선통신기기 등 정보
통신 부문도 엔고의 수혜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상품들이다.

특히 엔고현상이 세계경기의 호황과 맞물릴 경우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세계경제 회복으로 전체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본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유리해지게 되면 한국상품에 대한 수요가 훨씬 확대된다.

80년대 중반 3저호황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재 세계경기가 완만하게나마 회복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엔고는 빠른 경기회복추세를 지속시키는 중요한 열쇠라고 볼 수 있다.

<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gtlee@erinet.lgeri.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