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속에서 가재도구를 챙기고 닦는 수재민들로부터 강인한 삶의 의욕이
느껴진다.

그들과 함께 어울려 땀흘리는 자원봉사자들과 군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수재민을 돕기 위해 이어지는 국민들의 성금행렬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수해복구를 위해 1조4천4백억원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키로 하고
이미 제출한 2차 추가경정 예산안에 이를 반영해 줄 것을 국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2일부터 열린 임시국회는 여야간의 정쟁으로 추경예산안은
아직껏 다루지도 못하고 있다.

이번 회기(13일)에 통과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행정자치부는 재해구호 및 복구와 관련한 경비는 추가경정 예산의 성립
이전에 쓸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나 정쟁에 파묻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자연재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복구할 수는 있다.

우리는 해마다 똑같은 재해를 당하고 또 똑같이 복구하는 일만 되풀이하다
보니 천재가 아닌 인재니 관재니 하는 비난이 쏟아진다.

특히 정치권은 수해현장에서 쏟아진 주민들의 노골적인 야유를 예사롭게
여겨서는 안 된다.

정치권과 정부는 차제에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방재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규모 재해에 종합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통합조직이 중앙정부에 필요한지
여부부터 검토해야 한다.

사전 대비부터 사후 복구까지 일관성과 종합성을 갖고 다루는 재난관리청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구난방인 복구작업도 체계화해야 한다.

한 곳에는 구호품과 장비, 의료지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몰려 주체를 못하는
데 비해 다른 곳에선 일손이 달려서 쩔쩔매는 일이나 품목간에 과부족이
생기는 구호품의 불균형이 여전하다.

복구비의 집행은 신속하되 그 결과는 엄격하게 감사하는 제도도 갖춰야
한다.

감사가 두려워 구호품을 쌓아놓고 지급에 늑장을 부리는 일이 여전하다.

지난 해에는 수재민들에게 돌아갈 복구비를 잘라먹은 지자체 공무원들과
복구비를 다른 용도로 전용한 수재민들이 적발된 적이 있다.

말단 행정체계의 부실을 말해주는 사례이다.

재해방지 시설의 안전기준이 되는 강우량 등 기상치들을 현행 1백~2백년
빈도보다 더 강화할 필요도 크다.

지구환경 변화로 인한 최근의 재난들이 증명하는 사실이다.

재해를 가중시키는 제방이나 배수시설 등 각종 시설공사의 부실도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공무원들의 부정은 일벌백계로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