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탤런트 이승연을 주연으로 내세운 2TV의 새 월화드라마 "초대"의
방영날짜를 10월 17일 이후로 연기시켰다.

그가 지난해 운전면허 부정 발급혐의로 선고받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이 끝나는 시점이다.

그동안 방송가 안팎에선 이승연의 복귀를 둘러싼 공방이 뜨거웠다.

"집행유예도 끝나지 않은 연기자를 출연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사실 주류를 차지했다.

서울 YMCA, 시청자 시민운동본부, 여성 민우회를 비롯한 9개 시청자 단체는
"공영방송 KBS가 집행유예중인 연예인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출연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KBS는 당초 "이승연이 사회봉사명령을 수행한데다 오랜 자숙기간을 거쳤기
때문에 방송출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KBS가 이같은 옹호론을 거두고 부랴부랴 방영날짜를 연기한 것은 분명히
세간의 거센 비판여론 때문이다.

KBS는 연예인도 "공인"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고 볼 수 있다.

KBS는 이승연의 컴백을 반대하는 비판여론이 반드시 이승연 개인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할 것 같다.

그 비판여론 속에는 "법의 형평성"에 대한 서민들의 불신이 담겨 있다.

사실 연예인같은 "공인"들의 사회적 일탈은 그동안 상당히 관대히 다뤄져
왔다.

대마초를 피웠건 음주운전을 했건 말이다.

방송사들은 인기 연예인들이 청소년들의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합리적인 출연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할 시점이다.

공영방송은 "이승연"이라는 카드로 시청률을 올리려고 하기 앞서 시청자들의
정서를 먼저 읽고 그가 "공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