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중부내륙고속도로(여주~구미) 일부구간 설계를
임의로 변경한 뒤 총사업비를 2조8천5백92억원으로 올려줄 것을 예산당국에
요구했다.

당초 타당성 조사에서 나온 사업비 1조7천5백92억원보다 63%나 늘어난
액수다.

기획예산처는 이에 대해 물가인상분등을 고려해 6백89억원(3.9%)을 추가로
지원하되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위반한 경위를 파악해 건교부 및 도로공사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건교부측에 요청키로 했다.

예산사업장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 현상의 한 단면이다.

예산처는 11일 총사업비가 5백억원이 넘는 4백59개 대형투자사업중 96개
사업에 대한 총사업비를 61조8천억원에서 70조3천억원으로 8조5천억원
(13.8%) 늘려 예산에 단계적으로 반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96개 사업은 당초 계획보다 24%(15조원) 늘어난 76조8천억원을 추가로
지원해 줄 것을 예산당국에 요구했다.

주요 사업비 증가 내역을 보면 내년 완공되는 인천국제공항 사업비가
4천35억원 늘어난 것을 비롯 서울시2기 지하철(6~8호선)공사와 영천댐
도수로공사 비용이 각각 1천5백5억원과 5백31억원 증액됐다.

서해안고속도로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용지비를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1천2백71억원, 부산지하철(2,3호선)은 9백82억원, 대구지하철(2호선)은
2천3백98억원, 송정리~목포간 복선화사업은 1천6백1억원이 늘었다.

부문별로는 도로(26개) 사업비가 23조2천2백37억원에서 28조3천1백95억원으
로 5조9백58억원(21.9%) 늘어나 총사업비 증가를 주도했다.

철도(12개) 사업비는 당초 6조3천3백98억원에서 8조1백94억원으로
1조6천7백96억원(26.5%) 증액됐다.

대형투자사업 총사업비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것은 일단 시작만 하면
완공때까지 예산을 추가로 얻어낼 수 있다는 정부와 공기업 내부의 도덕적
해이현상 때문이다.

특히 임의로 설계를 바꾸거나 총사업비를 초과해 계약을 체결한 뒤 예산을
추가로 요구한 사례도 많아 국민의 세금이 새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화.성주.하사지구는 농업용수 개발사업과 의정부~동두천 복선전철 공사의
경우 당초 책정된 총사업비를 초과해 비싸게 계약을 맺었다.

또 대전~진주 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안중~당진구간), 동해고속도로
(강릉~동해간), 분당선 복선전철 공사는 임의로 설계를 변경해 총사업비가
갑절로 늘어났다.

예산처 관계자는 "타당성조사-기본설계-실지설계-용지보상등 진행단계별로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는 게 공식처럼 돼 있다"며 "총사업비가 당초 계획보다
무려 4~5배씩 늘어난 것도 상당수에 이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예산처는 총사업비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음달부터
총사업비 관리제도를 전면 개선키로 했다.

먼저 설계자나 관련기관 책임자를 명확히 하기 위해 "총사업비 실명제"를
도입키로 했다.

또 총사업비를 초과해 계약을 체결하거나 사전협의 없이 설계를 변경한
기관에 대해선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거나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키로 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