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풍 세풍 검풍, 무슨 바람이 이렇게 잦은지 모른다.

어떤 국가든 간에 부패와 관련된 바람이 잦으면 경제는 흔들리게 마련이다.

통상적으로 한 나라의 부패정도는 경제발전 단계가 낮고 시장경제 원리가
활성화되지 않은 국가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이런 국가에 있어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은 행정규제와 정치적 영향력으로
독점적인 이윤인 경제적 지대가 발생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그 국가의 구성원들은 독점적 이윤을 얻기 위해 치열한 로비활동
을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온갖 부패가 만연되는 소위 "지대추구형 사회(rent-oriented
society)가 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오랜 역사를 두고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
뇌물과 같은 비경제적인 요인이 게재되어 왔다.

급기야는 부패사회라는 멍에를 쓰면서 외환위기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문제는 외환위기를 당하면서 위기극복의 최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 부패문제는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독일의 국제투명성 기구(T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부패지수(CPI)는 조사대상 85개국 가운데 43위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규모가 세계 11~12위이고 그동안 위기극복을 위해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부패정도는 턱없이 높은 것이다.

물론 우리보다 경제발전 단계가 낮은 말레이시아나 경쟁국인 대만에 뒤지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부패가 심한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행정규제 수위가 높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행정규제 수위는
비교대상 46국중 최하위권이다.

행정규제 수위가 높다보니 급행료를 지불하는 과정에서 부패고리가 만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부패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경제효율을 제고시키는 측면도 있다.

경제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급행료를 지불하고 조기에
경제활동을 착수할 경우 기업의 경제의욕을 고취시키면서 국민들의
유효구매력을 확보할 수 있다.

본격적인 경제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기반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경제발전 단계가 높아질수록 부패는 시장기능을 마비시키면서
경제주체들의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약화시킨다.

자연 경제주체들의 의욕이 떨어지면서 경제성장이 더디게 된다.

실제로 TI의 부패도 지수와 경제성장간의 관계를 보면 이런 사실을 입증해
준다.

대체로 1인당 국민소득이 5천 달러 이하인 국가에서는 부패와 경제성장간의
상관계수가 정의 관계 로 나온다.

경제발전 초기단계에 있어 부패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관계가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점차 부의 관계로 변해 간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높은 국가에 있어서는 부패도와 성장률간
의 상관계수가 -0.64 정도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경우 부패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경제성장이
불가능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경제가 지난 97년 이후 외환위기를 당하면서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은 것도 경제발전 단계에 맞게 부패를 청산하지 못한 것이
커다란 원인이다.

결국 부패가 경제전반의 효율과 사회인프라의 투명성을 떨어뜨리면서
대외신용을 잃은 것이 외환위기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는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안정을 다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경제 원리를 활성화시킴으로서
부패와 같은 가격이외의 요인을 줄여 나가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현 정부도 출범초부터 경제운용 원리로 민주적 시장경제
를 주창해 오고 있다.

더욱이 금년 2월부터는 OECD의 국제뇌물공여 방지협약이 발효됐다.

이제는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않고서는 대내외적으로 기업활동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무역상의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 사회내에서 만연되고 있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법규와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

동시에 관련법이나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현실에 맞는 법규범을 마련하고 규범이 사회구성원의 행위를
기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물론 규범을 위반했을 경우 엄격히 제재를 가해야 한다.

특히 이 점은 상징성이 큰 인물일수록 분명히 해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시간이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부정부패 기본법"은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미국의 "특별검사제 " 도입이나 뉴질랜드의 "특수비리조사처
(SFO)",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CPIB)"과 유사한 조직을 신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상춘 < 전문위원 schan@ >

[ 세계적인 반 부패라운드 동향 ]

<> OECD : 국제뇌물방지협정 시행 -> 가장 구체화된 조치 반부패라운드의
출발점으로 인식됨

<> WTO : 정부조달의 투명성 협정 추진

<> UN : 국제비즈니스의 부패와 뇌불에 관한 신인(96년12월) 채택

<> IMF : 부패한 원조국에 대한 원조자금 중단 및 연기

<> OAS : 범미주 반부패협약(96년) 체결

<> NGO : 국제상공회의소(ICC) => 해외뇌물방지 행동규칙 채택
국제투명성기구(TI) => 부패도지수 발표

* 자료 : LG경제연구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