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법률 금융 보험 등 전문분야에서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2일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지난 4월6일부터 7월14일까지 1백일동안 전문분야
상담과 피해구제 신청건수가 총 9천47건으로 하루 평균 90건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소보원이 전문분야 서비스를 시작한 4월 한달동안 접수된 민원은
2천2백42건.

5월엔 2천5백99건, 6월엔 2천9백70건으로 전달보다 각각 16%, 14% 늘었다.

특히 전체 상담건수 9천47건중 의료와 법률분야가 각각 21%, 17%로 1,2위를
차지해 이들 두 분야의 기존 소비자불만 처리기관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소비자불만 처리는 의료분야의 경우 의사 등이 참여하는
의료심사조정위원회가, 법률분야는 지방변호사회가 맡아왔다.

법률 서비스의 경우 소비자들이 가장 불만을 느끼는 사항은 변호사 수임료
를 과다하게 받거나 소송진행상황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
등으로 지적됐다.

변론준비를 게을리 해 수임료 반환요청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해 10월 사기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변호사 박모씨를 수임료 4백만원에 선임했다.

그러나 변호사는 판사의 구속적부심 신문 때도 불참하는가 하면 변호사
선임계도 내지않는 등 불성실하게 업무를 처리, 의뢰인 김씨는 수임료 환불을
요구했다.

변호사가 이를 거부하자 김씨는 결국 지난 4월 한국소비자보호원에
피해구제를 요청, 수임료를 돌려받았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과잉진료, 치료과실, 의료비 과다청구,
수술사고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정모(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금광2동)씨는 지난해 12월 A의원에서 정관수술
을 받았으나 지난 4월 아내가 임신했다.

아내에게 임신중절수술을 받게한 후 A의원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의원측은 정관수술 후에도 피임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며 버티었다.

정씨의 피해구제신청을 받은 소보원이 중재에 나서 정씨는 정신적.물질적
피해에 대한 보상금 1백만원을 지난 5월 받을 수 있었다.

소보원 관계자는 "전문분야 상담과 피해구제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이유중 하나는 기존 소비자불만 처리기관들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며 "특히
법률이나 의료분쟁의 경우 같은 업종인 변호사나 의사가 소비자 불만 처리
과정에 참여하고 있어 신뢰를 잃을 소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소보원은 전문분야 서비스에 소비자 불만사례가 몰리자 지난달 1일
전문분야 업무만 담당하는 분쟁조정2국을 신설했다.

종전의 분쟁조정국 전문서비스팀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인원도 14명에서 24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현재 인력으로는 몰려드는 상담 및 피해구제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총 상담건수의 21%에 이르는 의료분야는 6명이 상담과 피해구제 업무를
맡고 있다.

17%를 차지하는 법률 서비스 종사인력은 단 1명이다.

안재걸 소보원 부원장은 "앞으로 전문 서비스 인력을 5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선 예산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강창동 기자 cd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