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업계에 메가머저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석유메이저들의 대규모 합병에 이어 올들어선 구리 알루미늄생산업체
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격하락으로 몸살을 앓아온 관련업계들이 합병을 통한 몸불리기로
불황타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알루미늄 업계에서 초대형 합병을 통한 선두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생산량 세계 2위인 캐나다 알캉, 4위인 프랑스 페시니, 스위스의
알루시셰 론자 등 3개 알루미늄업체는 11일 합병계획을 공식발표했다.

합병이 이뤄지면 세계 1위업체인 미국의 앨코아를 제치고 연간 매출액
2백50억달러의 세계 최대 업체로 부상케 된다.

지난 3월 미국내 라이벌 업체인 레이놀즈 메탈스 인수에 나섰던 앨코아도
합병을 서두르고 있다.

앨코아는 56억달러의 매수금액을 제시, 레이놀즈 인수 마무리작업에
들어갔다.

이 합병이 성사될 경우 매출규모는 알캉-페니시-알루시셰의 합병사와
엇비슷해진다.

이에따라 세계 알루미늄 생산은 신생 2개 합병사로 양분되게 됐다.

구리업계도 지난달 중순 미국 광산회사인 아사코와 사이프러스 아맥스
미네럴이 합병해 세계 2위 구리생산업체로 등장하면서 칠레 국영광산업체인
코델코와 2강체제로 재편됐다.

아사코와 사이프러스는 합병을 통해 연간 1억5천만달러의 경비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강분야에서는 영국의 브리티시 스틸과 네덜란드의 코닌클라이크 후고벤스
가 합병을 성사시켜 세계3위 업체로 떠올랐다.

석유업계에서는 작년말 석유메이저 엑슨과 모빌이 재결합에 성공했고
지난 6월에는 프랑스 토탈과 벨기에의 페트로피나가 합병했다.

토탈과 페트로피나의 합병사인 토탈피나는 한발 더나아가 프랑스의 엘프
아키텐마저 인수할 태세다.

원자재업계의 합병 붐은 불황타개를 위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원자재 업계는 세계수요의 20%를 차지하는 아시아지역의 경기침체 여파로
수요가 급감한데다 과열경쟁으로 공급초과 현상마저 겹쳐 원자재가격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등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데이비드 블리처는 "원자재업계의 유일한
생존방식은 합병"이라고 지적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저비용-고효율 기업구조를 갖추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시아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원자재의 세계수요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고 공급과잉현상도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합병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