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 5대그룹이 금융기관을 이용해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사례가 다수 발견됨에 따라 정부의 5대그룹에 대한 구조조정압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또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2금융권의 계열사대출에 대한 제한 강도를 높이도록 하는등 금융
감독도 강화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5대그룹 개혁 압박카드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은 "5대그룹의 구조조정이
6대이하에 비해 부진한 이유는 금융업법상 사금고화 방지장치를 위반해서
부실계열사를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5대그룹이 여전히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고 있는 핵심고리는 금융기관을
이용한 우회대출이라는 시각이다.

5대그룹과 6대이하그룹간에 자금상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나타난 원인도
이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 위원장은 특히 "이는 대그룹들이 지난해 1월 대통령과의 구조조정 약속을
실행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강경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9월초순께 최종조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어쨋든 이번 조사결과가
5대그룹의 구조조정에 대한 또다른 압박카드로 작용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금융감독 강화전망 =금융기관을 통한 계열사부당지원이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 금융감독체계를 전반적으로 수술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 보험회사는 총자산의 3%,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8%, 투신사등의 펀드는
조성금액의 10%등으로 계열사투자한도가 설정돼있다.

그러나 다른 금융기관이나 역외펀드등을 이용해 이같은 제한을 피한 사례가
나타난 만큼 새로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게 공정위 주장이다.

전 위원장은 이는 금융기관의 전반적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현상의
하나라며 부당내부거래의 경로를 명확히 밝힌뒤 이를 금융감독기관에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금융인들에 대한 문책도 가능할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대그룹정책 재검토론 부상 =금융산업개편논의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우선 은행에 대한 주인 찾아주기 주장의 근거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제2금융기관의 소유와 지배에 대한 규제장치도 강화하자는 주장도 강화될
수 있다.

이에따라 지주회사 출자총액제한등 전반적인 대그룹정책도 재검토돼야 할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있다.

부실계열사지원관행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지주회사설립요건
완화시키자는 소리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공정위가 주장하고 있는 투신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등의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부당지원 사례 =삼성생명은 97년말부터 98년초에 걸쳐 대형시중은행에
총 2천억원의 후순위대출을 해준뒤 이 은행으로 하여금 삼성계열회사가
발행한 저리의 사모사채를 2천억원어치 인수토록 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종금사를 통해 친족독립경영회사가 발행한 기업어음
3백억원어치를 낮은 금리에 매입했다.

현대그룹은 다른 계열사들이 설립한 역외펀드가 부실화되자 지난해 6월 이
펀드가 발행한 주식연계채권 1천6백90만달러어치를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

현대투신이 부실계열사 발행어음 2천5백억원어치를 저리에 매입하는등
대그룹계열 투신운용회사들은 투신사펀드를 이용해 계열사를 지원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다른 계열사가 발행한 기업어음
2천8백억원어치를 낮은 금리로 매입했다.

LG그룹도 계열금융기관을 통해 1천2백억원의 콜자금을 저리에 빌려줬다.

SK는 우량계열기업이 다른 계열사가 발행한 기업어음 3천억원어치를 저리에
매입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