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처럼 돈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전환사채(CB)나 주식 등을
매입,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는 소극적 의미가 아니라
성장가능성이 있는기업을 키우려는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투자다.

수익의 근간을 이루는 예대마진율이 감소하면서 은행마다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벤처기업 등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3년전부터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최근들어 일반은행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투자 사례 =산업은행은 최근 특수종이 제조회사인 한솔파텍에 빌려준
대출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키로 했다.

한솔파텍과 협의, 기존 대출금 2백60억원중 1백35억원을 주식으로 인수하는
형태다.

산업은행은 출자전환 형식으로 지난해까지 26개사에서 2백31억원 상당의
주식을 인수했다.

올들어서도 21개사에 대한 2백37억원의 대출을 주식으로 전환했다.

출자전환외에 기업의 주식인수를 통한 신규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벤처중소기업 투자펀드를 설정한 이후 지금까지 4백87억원을
투자했다.

산업은행은 현재 투자금융부내에 신규투자만을 전담하는 벤처투자팀을
별도로 가동중이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우량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출자형식으로 돈을 지원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반도체 정보통신업체 등을 대상으로 5백~1천억원규모의 투자할
예정이다.

국민은행도 CB 매입, 대출전환 등을 통한 투자를 위해 7~8개업체를 타진중
이다.

국민은행 기업금융부의 김기현 차장은 "창업한지 3~5년된 성장형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장기신용은행의 투자업무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국민은행은 조만간 벤처캐피탈 회사와도 업무제휴를 맺을 예정이다.

2년전부터 맥 시스템, INT텔레콤, K컴 등 정보통신업체에 투자한 기업은행은
현재 추가로 1건을 진행중이다.

기업은행은 9~10월경 맥 시스템과 INT텔레콤의 코스닥상장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투자수익을 기대할수 있다.

조흥은행은 벤처기업 투자에 대해 전문적인 노하우를 가진 한국기술금융
(KTB)과 업무제휴를 맺고 별도의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기업분석 능력이 관건 =출자형식으로 투자를 하면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
주는 대출보다 회수기간이 길고 위험부담이 크다.

당장의 이자수익도 줄어든다.

그러나 투자한 기업이 성공하면 대출과는 비교가 안되는 고수익을 얻을수
있다.

특히 투자기업이 코스닥시장에 등록되거나 상장될 경우 엄청난 수익을
올릴수 있다.

실제로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정보통신시스템회사인 콤텍시스템으로부터
1백50억원규모의 CB를 인수해 현재 6배 가까운 투자수익을 올리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수 있어 재무구조가 좋아진다.

또 은행이 투자했다는 점에서 대외적으로 신용도를 높일수 있다.

수익성이 높은만큼 리스크도 크다.

회사가 잘 안될경우 원금마저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출자대상으로 생소한 벤처기업보다 이미 재무상태등이
파악돼 있는 거래 중소기업등을 선호하고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업분석 노하우를 가진 신용정보회사나 외국의
투자전문기관과 전략적 제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미국의 스커드,워버그 딜런사등 국제적 투자전문기관과 공동투자
를 모색중이다.

한빛은행의 경우엔 벤처기업에 대한 평가를 위해 한국신용정보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은행의 수익을 예대마진에만 의존할수
없기 때문에 투자업무 영역이 확산될 수 밖에 없다"며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제대로 판단할수 있는 기업분석능력이 경쟁력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