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명세 ]

<> 설계/감리 : 범건축
<> 시공 : (주)한라건설
<> 구조설계 : (주)전우구조
<> 규모 : 건축면적-706평. 대지면적-1,502평. 연면적-20,798평. 층수-
지하7층 지상30층
<> 위치 :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7의19
<> 공사기간 : 1993.4~1996.12
<> 구조 : 철골철근 콘크리트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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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의 시그마타워는 고급 주상복합건물의 ''원조''다.

6년전 건물을 기획할 당시만해도 도심에 주거와 업무기능을 한데 묶은 고급
주상복합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도심은 교통혼잡과 공기오염 등으로 값비싼 아파트가 들어서기엔 부적합하다
는 인식이 확산돼 있었기때문이다.

도심 주상복합건물이라면 세운상가처럼 슬럼화된 일부 건물이 있었을뿐이다.

이런통념을 뛰어넘어 탄생한 것이 시그마타워다.

시그마타워가 선을 보인 이후 서울 도심 각지에는 고급 주상복합건물이
잇따라 들어 섰다.

요즘엔 한채에 10억원을 넘는 호화 주상복합건물까지 선보이고 있다.

도심 고급아파트를 거부감 없이 선택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시그마타워는 완공된지 3년이 넘은 건물이다.

그래도 고리타분해 보이지 않는다.

새로 분양되는 주상복합건물과 견줘봐도 결코 뒤지지않는 생기가
흐른다.

건물 남쪽으로 석촌호수가 있다.

북쪽으로는 한강이 보인다.

앞쪽에는 롯데월드 녹지공간이 환하게 펼져져 있다.

시그마타워는 거대한 두개의 직육면체가 "+"형으로 포개진 형상이다.

여기에 상층부와 하층부간에 직선과 곡선,재료색깔 등으로 외형변화를
줬다.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보여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이 건물은 지상30층 지하7층 규모다.

12층을 기준으로 외형상 저층부와 고층부가 구분된다.

고층부는 주거공간이고 저층부는 업무용 공간이다.

12층이하는 앞면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해 리듬감을 줬다.

이런 디자인의 변화는 기능상 차이를 구분하기 위한 설계자의 의도다.

주거공간인 고층부는 직선과 사각형 평면벽으로 뽑아올려 정갈한
조형미가 느껴지게 했다.

푸른색 유리로 덮힌 저층부 곡선벽면은 대형건물의 답답함을 덜어낸다.

또 상층부의 정적인 박스형태와 곡선벽면은 전면풍경을 담아내면서
생동감을 더 한다.

이 건물은 잠실사거리를 향해 45도 정도 몸을 틀고 서 있다.

이로인해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더욱 좋은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외부 모양도 더 다양해 진다.

이처럼 시그마타워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조화를 이뤄 변화무쌍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건물의 경계부문이나 모서리에 다양한 포인트를 줘서 건물에 생동감을
더한 것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주거와 상업.업무시설이 한꺼번에 들어서는 건물을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각자의 기능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차별화와 통합"이란 대립되는 개념이 조화를 이뤄야 좋은 주상복합건물이
태어난다.

내부기능에서도 두개념의 조화는 건물 전체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잣대다.

시그마타워는 이 두개의 대립요소가 긴장감을 지닌채 공존한다.

건물 1층에 들어서면 로비가 시원하게 열려있다.

3층까지 이어진 이 공간에는 양옆에 계단을 뒀다.

로비공간 3층에는 연결다리로 양쪽이 통할 수 있게 했다.

계단과 천장다리 등에는 아름다운 곡선과 색채를 가미해 다양한
구성미가 드러난다.

단조로운 공간도 새롭게 살아난다.

12층도 로비라운지도 이 건물의 매력포인트다.

업무공간과 주거공간이 구분되는 허리에 라운지를 만들었다.

이곳에선 잠실호텔롯데 일대가 시원스럽게 바라다 보인다.

라운지도 구불구불한 곡선을 도입해 마치 산책로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건물 최상층 헬리포트(헬리콥터 정차공간)는 특별히 강조되지 않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 건물에서는 구조체를 과감히 노출시켜 포인트 역할을
하게 했다.

야간엔 불을 밝혀 도심등대처럼 보인다.

건물에 강한 상승감과 생동감을 부여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건물 입구부분의 선큰가든(지하로 통하는 입구공간)도 재미있게 꾸며졌다.

건물외형에서 오는 중압감을 줄이고, 보행자가 부담없이 출입할 수 있도록
마름모꼴 형상의 유리벽으로 산뜻하게 꾸몄다.

또 주출입구에서 로비중앙에 이르는 벽체는 붉은색 샌드스톤으로 처리해
악센트를 줬다.

건물을 풍성하게 해주는 예술장식품도 특이하다.

어느 건물이나 있는 흡.배기구를 전면으로 끌어내 황동조형물로 만들어
산뜻하게 살려냈다.

시그마타워는 전체적으로는 세련된 외형과 뚜렷한 기능 분리로 품격을 높인
건축물로 평가되고 있다.

거주하기 편안하고 주위환경과의 친화력도 돋보이는 건물이다.

< 박영신 기자 ys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