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정권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선언
이라고 볼수 있다.

이날 경축사의 핵심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벌을 개혁하고 중산층
중심으로 경제를 바로잡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중산층과 서민은 세제개혁, 교육개혁, 국민기초생활보장, 장애인 노인대책
등을 통해 적극 끌어안으려고 애썼다.

그대신 재벌은 해체까지 염두에 둔 개혁을 강조해 김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띠고 있는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김 대통령은 이러한 가운데 이번 광복절을 "20세기 마지막 8.15 경축일"
이라는 세기적 전환점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총체적인 국정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경축사는 "제2의 취임사"이자 "21세기 한국의 비전"
을 제시한 뜻있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만큼 정치.사회.경제개혁과 남북문제 등에 대해 지나치게 세세하다고
할 정도로 구체적인 개혁정책을 제시했다.

단순한 경축사의 차원을 넘어 "공약"에 가깝다.

김 대통령은 이러한 약속과 함께 앞으로 개혁주도세력으로서 자리매김할
신당의 창당을 선언했다.

이는 "지역연합"을 통해 이뤄진 공동정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테두리를 넘어 중산층과 서민이라는 "계층"의 정서에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제15대 대통령 취임사(98년 2월 25일) <>98년 광복절
경축사 <>99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단계별로 국정개혁의 성과를 점검하고
정책기조의 변화를 선언했다.

취임사에서는 경제난 극복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하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당시에는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중요하다"며 수출로 외화를 많이 벌어들이는
기업인이 애국자라고 규정했다.

취임 6개월을 맞은 그해 8.15 경축사에서는 총체적인 개혁을 강조하는
"제2건국 운동"을 선언하면서 정부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업 경영활동의 걸림돌을 제거해 경제활동을 부추기는데 치중했다.

그러나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경제난을 상당부분 극복한데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성장보다 분배와 복지를 중시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경제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소 등한시했던 경제정의실현 의지도 재천명
했다.

김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를 계기로 "옷로비 의혹사건"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등으로 상실한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고 집권후반기의 국정개혁을
속도감있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