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엔 요즘 우려할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기업가정신"의 급격한 퇴조현상이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선의의 정부 정책 결과가 "창조적 파괴" 정신의
퇴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역경을 이겨내고 무엇인가 이루려는 불굴의 정신으로 그동안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종합상사인 D사의 K전무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한푼이라도 더 달러를 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결과는 회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참담한 상황이다.

1년이상 빅딜(대규모 사업맞교환)로 씨름하고 있는 H사의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전력을 투구해 왔던 빅딜이 어떻게 될지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연내 부채비율을 2백%로 내리라고 하고 외자유치 협상을 벌여온
일본의 M사는 기다려 보라고 하니 답답한 실정이다.

기업 총수들의 활동도 눈에 띄게 뜸해졌다.

대기업 회장들은 회장이라면 우선 백안시하는 풍토에서 외국 바이어를
만나고 새로운 사업을 진두지휘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과거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총수 비즈니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업가정신이 땅에 떨어진 이유론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들수 있다.

정부가 "룰 메이킹"(Rule Making) 역할을 넘어서 기업경영 전부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는게 요즘 기업인들의 속마음이다.

그나마 룰 자체도 수시로 바꾼다.

출자총액제한 조치를 풀더니 다시 부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특정기업의
특정 부실회사 인수는 안된다고 못박는다.

어느 기업의 회장은 경영권을 내놓아야 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좋고 대기업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풍토도 참기
힘들다.

"대기업이 커야 중소기업도 큰다는 사실을 정부는 왜 모르는지"(L사 K상무)
답답할 뿐이다.

국민의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일본의 경제
평론가 오마에 겐이치씨는 저서 "변하는 세계, 변해라 일본"에서 한국의
우울을 타파할 유일한 길은 이노베이션이라고 말했다.

이노베이션은 바로 기업가정신만이 가능한 일이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