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16일 확정한 대우그룹 구조조정계획은 "그룹해체"와 "개별기업
살리기"라는 두가지 목표를 담고 있다.

자동차와 관련된 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든 계열사들을 매각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그룹 해체라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GM과의 지분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대우자동차의 경영권마저 넘어간다면
그룹으로서의 대우는 사라지게 된다.

김대중 대통령이 8.15 광복절 축사에서 연내 재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김 대통령의 재벌개혁의지를 좀더 구체화한 재벌정책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어서 대우 처리가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5대 재벌이라도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대우와 같은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추하게 한다.

이번 대우 처리방안은 재벌개혁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외국투자가들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외국투자가들은 정부가 개혁을 말로만 외치면서 실천하지 않는다고 의심
하고 있다.

또 내년 선거를 앞두고 개혁의지가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수 있는 첫 관문이 바로 대우라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대우 계열사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살리겠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채권단은 이번 구조조정계획에서 퇴출대상기업을 하나도 선정하지 않았다.

모두 매각이나 합병 계열분리 등을 통해 살린다는게 채권단의 기본 방침
이다.

이같은 대우 구조조정계획은 "재벌집단이 아닌 개별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재벌개혁이 금년말까지 반드시 마무리되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꼭 들어맞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산규모가 70조원을 넘는 대우 계열사들을 연내에 모두 처리할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호출자와 지급보증을 해소하고 계열사를 매각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이 좋은 대우증권매각은 비교적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빠르면 이달중 대우증권을 선인수후정산방식으로 접수한후 제3자
에 매각절차를 밟게 되면 인수후보들이 얼굴을 내밀게 된다.

국내외 증권사나 금융그룹이 대우증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 증권사중에서도 선두로 부상하려는 곳은 대우증권이 좋은 사냥감이
될수 있다.

하지만 대우중공업의 조선부문처럼 덩치 큰 사업부문이 제때 팔릴지(또는
외자유치)는 의문이다.

일부에선 계획대로 계열사 매각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부채를 적정규모로
줄일수 있을 만큼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대우 구조조정계획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 될수밖에 없다.

정부는 배수진을 쳤다.

그룹 전체의 이행실적이 부진하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
(회사정리절차) 등에 넣겠다고 강조했다.

5대 재벌 구조조정은 정부의 공적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애초 방침이었다.

그러나 대우계열사의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는 채권단에 적지 않은 손실
분담을 가져오고 공적자금투입으로 이어진다.

대우가 이미 5대 재벌의 처리궤도를 벗어났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계열사 매각이나 외자유치도 시한에 쫓기면 손해를 볼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계열사 처리시한을 명시한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개혁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

제일은행 이호근 상무는 "대우그룹은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미만으로
낮추어야 하고 계열사 매각등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의 손아귀로 들어온 대우 처리가 어떤 결말을 지을지 주목된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