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 초반 세계적인 전자회사들은 비디오테이프의 표준화를 둘러싸고
두 편으로 나눠 격전을 벌였다.

베타방식을 지지하는 소니와 필립스사가 한편이었고, VHS를 고집하는 히타치
파나소닉 도시바 등이 다른 편이었다.

15년여가 지난 지금 차세대 저장장치 표준화 방식을 놓고 똑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반복적으로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재기록형(Rewritable) DVD 기술에서
소니와 필립스는 DVD+RW, 다른 세 회사는 DVD-RAM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CD가 6백40MB를 저장할 수 있는데 비해 DVD는 4.7GB를 저장할
수 있다.

현재 양측의 표준DVD는 모두 3GB 정도의 용량에 머물러 있다.

내년말까지는 4.7GB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VD 표준 경쟁과 관련, IDC의 분석가인 볼프강 쉬리치팅은 "두 가지 표준은
거의 차이점이 없다"며 "누가 특허권을 더 많이 갖게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황은 당분간 DVD-RAM이 앞서갈 것으로 보인다.

애플컴퓨터도 주문형 PC인 파워매킨토시 G3s에 내장형 DVD-RAM을 장착했다.

그러나 이같은 우위는 중요하지 않다.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기록형 DVD는 12만개가 팔렸다.

올해에는 54만5천개가 팔릴 것으로 예측된다.

2000년에는 1백50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재기록형 CD는 98년에 4백10만개가 팔렸다.

올해는 1천만개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DVD쪽이 CD보다 적게 팔린 것은 가격이 비싸고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DVD의 가격이 소비자가 만족할 만큼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표준화도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 싸움에서 어느 쪽이 이기든 걱정할 필요가 없다.

DVD+RM이나 DVD-RAM이 서로의 데이터를 읽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베타와 VHS가 호환되지 않았던 비디오테이프 표준화와는 다른 점이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