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에 겐이치 미 UCLA대 교수가 한국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
신랄히 비판한 데 이어 또다시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에까지 화살을 돌렸다.

오마에 교수는 우익대변지인 격주간 사피오(SAPIO) 최근호에서 "오부치
총리는 피로한 일본이 찾고있는 "진통제"일뿐 "체력증강제"는 아니다"고
몰아부쳤다.

오마에 교수의 기고내용을 간추린다.

오부치 총리는 전임 하시모토총리와는 스타일이 1백80도 다르다.

하시모토 전총리는 각종 정책에 통달하고 있다.

"비전실현은 나에게 맡겨달라"고 하는 지존스타일이다.

반면 오부치총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따라서 무엇이든 "가르쳐달라"는 겸양스타일이다.

그리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장 실천에 옮긴다.

"경제전략회의" "산업경쟁력회의" "컴퓨터2000년문제에 관한 고문회의"
"고도정보통신사회추진본부" 등의 설치가 그 사례다.

오부치총리는 일본저널리즘으로 부터 좋은평가를 받은 다케시타 노보루
전총리보다도 "일본을 이렇게 하겠다""이 문제는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식을 분명히 갖고있다.

90년대에 경험한 문제들을 하나씩 정리해 가고있다.

그러나 지혜가 없기 때문에 전문가를 불러 자문회의를 열고 거기서 얻은
해답으로 관료들을 제압했다.

이같은 비관료적인 발상으로 인해 지향하고 있는 의미가 명확하다.

언어적으로도 명료하다.

수법이 외향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일본인의 사고패턴이나 저널리즘의 수준과 딱 맞아떨어진다.

인기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역사가 오부치총리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오부치 정권이 처리하고 있는 문제는 결국 하나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량채권처리를 위해 공적자금이란 이름으로 세금60조엔을 투입, 구제한
은행들은 국제경쟁력부재로 결국 망할 것이다.

경제전략회의가 내놓은 개혁안은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수가 없다.

개혁안은 "그림의 떡"이다.

국민들은 잊어버리고 관료들은 거부한다.

결국 실행되지 않은채 끝나고 말 것이다.

산업경쟁력회의도 대기업이 자기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사설 게이단렌"
"공설 아카사카요정"과 같다.

산업경쟁력을 회복하고 고용창출 경제성장실현을 위해서는 SOHO와
인터넷관련 도트컴(.com)기업, 벤처기업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도 산업경쟁력회의는 고용창출이 아니라 고용삭감이 필요한
대기업인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실효있는 정책이 나올리가 없다.

그런데도 오부치 정부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발상과 정책이
일본사회에 진통제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분명 체력증강제가 아니다.

정말로 필요한 개혁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 오부치 정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될 최대 이유는 가이드라인
관련법 개정주민기본대장법 통신도청법 국기국가법의 제정이다.

진통제는 효과가 일시적이기 때문에 역사는 당연히 이를 잊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법률은 영구히 남게된다.

어쩌면 "일본이 오부치 내각때 우경화, 정식으로 미국의 속국이 됐다"고
기억될 수도 있지 않을까.

오부치총리가 이같은 우경화법률의 제정을 발상할 인물은 아니다.

그를 둘러싸고 이를 획책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고 생각된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