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재벌을 어떻게 볼 것인가..김병주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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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 서강대 교수 / 경제학 >
대우그룹이 사실상 분해작업에 들어가고 있는 마당에 "이제는 시장이
재벌구조를 받아들이지 않는 시대"라는 대통령의 지적이 나왔다.
재벌이 기죽을 만하다.
재벌은 그동안 족벌위주의 경영,정경유착 성향,과도한 업종 다각화와
대형화, 금융기관의 지배 내지 사금고화, 언론매체 분야 진출 등으로 물의를
빚어왔고 97년말 경제위기의 직.간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러나 당연하게 보이는 재벌해체 다음에 남는 국민경제 모습은 어떠할까.
재벌은 두가지 구조를 의미한다.
하나는 대기업을 소유하는 대주주, 즉 기업의 인적 구조다.
이들이 소유권뿐만 아니라 경영권도 장악하는 1인경영, 세습되는 족벌
경영의 구조다.
다른 하나는 다수의 계열기업군을 망라하는 선단식 조직, 즉 기업 조직적
측면이다.
소규모 개인기업의 경우 경영성과는 개인에게 돌아가고, 퇴출도 용이하다.
주식회사 제도가 출현한 이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일반적으로 유효한 원칙
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근래엔 전문경영인이 주주에게 안전위주의 단기경영으로 일정한
배당실적을 올려주면 일자리를 보장받는 경향 때문에 장기 고수익 사업기회를
상실하는 문제를 중시한다.
소위 대리인 문제다.
한국처럼 대주주가 직접 경영을 맡는 경우 대리인 문제는 최소화되는 장점이
있다.
반면 그들의 자질 여하에 따라 기업운명이 결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경영자질이 탁월한 대주주가 직접 경영하는 방식이 최상이라면, 자질이
의문시되는 대주주가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형태가 최하이다.
대다수 창업세대가 물러난 오늘날 재벌의 경우 후자의 형태가 지배적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군소주주 이익보호장치, 사외이사, 외부감사 등 일련의 제도적
개선이 점진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줄 안다.
국민경제 위기의 근본적 책임이 상당부문 대마불사를 노린 재벌기업의
중복.과잉투자에 있었고, 이를 가능케 한 총수의 1인경영체제에 있었다는데
중의가 모아진다.
한보철강 삼성자동차 등이 그러했다.
반면 초기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에선 총수 중심의 톱-다운 경영방식의
장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사업 추진력은 여기서 비롯됐다.
이제 모범 국영기업이 된 포철사업, 현대건설의 사우디 주베일 공사,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등은 초기 영업부진에 따른 한때의 부실우려를 딛고
성공한 사례다.
최근 일본을 앞지른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도 그러하다.
"창조적 파괴"란 말로 유명한 슘페터도 연구개발과 상품화에 투자할 능력이
있는 대기업을 무조건 폄하하지 않았다.
성공과 실패의 기회가 병존하는 게 시장경제다.
기업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모험하는 경제주체다.
소비자의 기호와 생산기술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단일업종 고수는
자살행위다.
그래서 시작한 업종 다각화겠지만 한국 재벌의 업종확장은 무분별했다.
재벌의 업무영역을 핵심전문 분야로 집중 유도하려는 앞선 정부의 노력은
재벌의 버티기 작전으로 번번이 좌절됐다.
한편 다음 세기에 대비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관련업체들간의 네트워크
(network) 구성과 대형화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네트워크 구성을 자체 내부에 구성한 것이 재벌구조였다
고 볼 수 있다.
밖으로 금융과점을 차단하고 안으로 순환출자제한, 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화 등을 통해 그룹의 자금흐름을 투명하게 한다면 핵심분야와 관련업종을
포괄하는 대기업 조직이 국민경제적 이익에 부합된다.
재벌을 완전 해체하고 다수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만으로는 외국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적수가 될 수 없다.
고용창출도 마찬가지다.
요즘 재벌들이 숨죽이고 있는 것은 대통령이 언급한 재벌불허의 주체가
시장이 아니라 정부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경제위기의 또다른 주범은 규제만능의 관치경제였다.
관치경제는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상황에서 정부가 시장기능의 더딘 조정을 기다릴 수 없지만 날개를 단
관치경제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
재벌해체의 칼을 쥐고 있는 관료의 손놀림이 위태롭다.
외국 논평들은 재벌해체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여기엔 두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진정으로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을 바라는 눈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기업의 경쟁적 국내기업을 잠재우기를 바라는 시각이라고 봐야 한다.
대기업 인적구성 측면의 비효율을 줄이고 조직의 기동성과 역동성을 살리는
조화는 무엇인가.
그것이 해법의 핵심이다.
재벌해체가 아니라 대기업의 체질단련에 정책의 목표를 둬야 한다는
얘기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8일자 ).
대우그룹이 사실상 분해작업에 들어가고 있는 마당에 "이제는 시장이
재벌구조를 받아들이지 않는 시대"라는 대통령의 지적이 나왔다.
재벌이 기죽을 만하다.
재벌은 그동안 족벌위주의 경영,정경유착 성향,과도한 업종 다각화와
대형화, 금융기관의 지배 내지 사금고화, 언론매체 분야 진출 등으로 물의를
빚어왔고 97년말 경제위기의 직.간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러나 당연하게 보이는 재벌해체 다음에 남는 국민경제 모습은 어떠할까.
재벌은 두가지 구조를 의미한다.
하나는 대기업을 소유하는 대주주, 즉 기업의 인적 구조다.
이들이 소유권뿐만 아니라 경영권도 장악하는 1인경영, 세습되는 족벌
경영의 구조다.
다른 하나는 다수의 계열기업군을 망라하는 선단식 조직, 즉 기업 조직적
측면이다.
소규모 개인기업의 경우 경영성과는 개인에게 돌아가고, 퇴출도 용이하다.
주식회사 제도가 출현한 이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일반적으로 유효한 원칙
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근래엔 전문경영인이 주주에게 안전위주의 단기경영으로 일정한
배당실적을 올려주면 일자리를 보장받는 경향 때문에 장기 고수익 사업기회를
상실하는 문제를 중시한다.
소위 대리인 문제다.
한국처럼 대주주가 직접 경영을 맡는 경우 대리인 문제는 최소화되는 장점이
있다.
반면 그들의 자질 여하에 따라 기업운명이 결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경영자질이 탁월한 대주주가 직접 경영하는 방식이 최상이라면, 자질이
의문시되는 대주주가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형태가 최하이다.
대다수 창업세대가 물러난 오늘날 재벌의 경우 후자의 형태가 지배적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군소주주 이익보호장치, 사외이사, 외부감사 등 일련의 제도적
개선이 점진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줄 안다.
국민경제 위기의 근본적 책임이 상당부문 대마불사를 노린 재벌기업의
중복.과잉투자에 있었고, 이를 가능케 한 총수의 1인경영체제에 있었다는데
중의가 모아진다.
한보철강 삼성자동차 등이 그러했다.
반면 초기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에선 총수 중심의 톱-다운 경영방식의
장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사업 추진력은 여기서 비롯됐다.
이제 모범 국영기업이 된 포철사업, 현대건설의 사우디 주베일 공사,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등은 초기 영업부진에 따른 한때의 부실우려를 딛고
성공한 사례다.
최근 일본을 앞지른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도 그러하다.
"창조적 파괴"란 말로 유명한 슘페터도 연구개발과 상품화에 투자할 능력이
있는 대기업을 무조건 폄하하지 않았다.
성공과 실패의 기회가 병존하는 게 시장경제다.
기업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모험하는 경제주체다.
소비자의 기호와 생산기술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단일업종 고수는
자살행위다.
그래서 시작한 업종 다각화겠지만 한국 재벌의 업종확장은 무분별했다.
재벌의 업무영역을 핵심전문 분야로 집중 유도하려는 앞선 정부의 노력은
재벌의 버티기 작전으로 번번이 좌절됐다.
한편 다음 세기에 대비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관련업체들간의 네트워크
(network) 구성과 대형화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네트워크 구성을 자체 내부에 구성한 것이 재벌구조였다
고 볼 수 있다.
밖으로 금융과점을 차단하고 안으로 순환출자제한, 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화 등을 통해 그룹의 자금흐름을 투명하게 한다면 핵심분야와 관련업종을
포괄하는 대기업 조직이 국민경제적 이익에 부합된다.
재벌을 완전 해체하고 다수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만으로는 외국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적수가 될 수 없다.
고용창출도 마찬가지다.
요즘 재벌들이 숨죽이고 있는 것은 대통령이 언급한 재벌불허의 주체가
시장이 아니라 정부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경제위기의 또다른 주범은 규제만능의 관치경제였다.
관치경제는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위기상황에서 정부가 시장기능의 더딘 조정을 기다릴 수 없지만 날개를 단
관치경제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
재벌해체의 칼을 쥐고 있는 관료의 손놀림이 위태롭다.
외국 논평들은 재벌해체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여기엔 두가지 시각이 있다.
하나는 진정으로 한국경제의 체질개선을 바라는 눈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기업의 경쟁적 국내기업을 잠재우기를 바라는 시각이라고 봐야 한다.
대기업 인적구성 측면의 비효율을 줄이고 조직의 기동성과 역동성을 살리는
조화는 무엇인가.
그것이 해법의 핵심이다.
재벌해체가 아니라 대기업의 체질단련에 정책의 목표를 둬야 한다는
얘기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