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복 < MBC 프로덕션 영상사업팀장 >

세계는 지금 문화전쟁의 열기로 뜨겁다.

자기나라의 영화나 TV프로그램을 한편이라도 더 많이 세계시장에 심기 위해
가히 범국가적인 노력과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MBC의 98년 프로그램 해외수출실적은 4천시간, 2백만달러어치였다.

98년 방송3사와 케이블TV의 총수출액은 1천만달러.

지금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2천만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같은 수출실적도 방송사들의 외화수입액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98년 외화수입액은 수출액의 세배 가까운 2천7백만달러였다.

그나마 IMF의 영향으로 외화수입이 대폭 감소됐던 결과다.

최근 몇년간을 살펴보면 수출은 수입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 TV프로그램의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세계시장에 내놓을만한 전략상품을 많이 제작해야 한다.

수출에 가장 무난한 장르는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인데 우리에겐 유감
스럽게도 세계시장에서 선호하는 30분짜리 26부작 이상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물과 30분짜리 20부작 내외의 다큐시리즈물이 너무 적다.

그 결과 인종 정치 전통 및 종교적 배경 등 문화적 할인율이 높아 수출하기
까다로운 장르인 드라마의 동남아 지역수출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다.

이젠 우리 방송도 국내 시청자만 쳐다 볼게 아니라 지구촌 사람들의 눈과
취향을 배려해야 한다.

제작단계에서부터 수출지역을 고려, 그들이 좋아하는 내용과 출연자를
선정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세계시장에서 보편적 상품가치를 지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공동제작 등을 통한 현지화 및 우회진출전략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지어 더빙을 위한 효과음악 채널의 분리와 자막없는 클린비디오를
갖춰야 하며 들쭉날쭉한 길이의 편차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주력상품인 드라마만 해도 최근 우리의 최대시장으로 부상중인 중국 등이
기본적으로 20시간 단위로 지표(외화수입 허가단위)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16부작 중심의 미니시리즈 틀을 깨버리는 것은 어떨까 싶다.

셋째 제작단계부터 제작PD와 스태프 수출담당자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협조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또 제작PD들이 국제마켓에 참가해 수출상담의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도록
하는 기회도 만들어야 한다.

제작 현장에서의 작은 자세변화야말로 TV프로그램 수출의 물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프로그램 수출활성화를 위해 간과하면 안될 또 한가지 중요한 요소는
전문인력 및 조직의 육성이다.

국제마켓에서 만나는 외국사람들은 대개 몇십년동안 같은 일을 해온
베테랑들로 독특한 "작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인사조치로 국제무대에서 쌓아온
공든탑을 무너뜨리는 일이 잦다.

수출입업무를 담당하는 창구의 분산 또한 불필요한 내부갈등이나 조직역량
낭비요소로 작용함에 주목해야 한다.

문화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정부를 비롯한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저하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무대에선 적당한 눈가림, 또는 모방
으로 한탕치고 빠지겠다는 얄팍한 꾀는 통하지 않는다.

방송구성원이나 시청자 모두 합심해 잘못된 관행의 틀을 깨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초부터 다시 다지겠다는 현실인식과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

독자의 글을 기다립니다.

이름 주소 직업 연락처를 적어 보내주십시오.

<> 주소 = 100-791 서울 중구 중림동 441 한국경제신문 독자팀
<> 전화 = (02)360-4247~8
<> 팩스 = (02)360-4350
<> PC통신 = go ked(하이텔, 유니텔, 나우누리), go econet(천리안)으로
가서 ''의견을 받습니다''란을 이용하십시요
<> 인터넷주소 = readers@k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