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곤 전부시장 약력 ]

<>41년 서울생
<>65년 서울대 경제학과졸업 및 삼성물산 입사
<>삼성물산 사장
<>중앙일보 사장
<>삼성물산 총괄 부회장
<>대한태권도협회장
<>삼성그룹 중국본부장
<>서울시 행정제1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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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에 경영을 접목시키면 어떤 결실을 얻을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잔뜩 자아냈던 이필곤 서울시 행정 제1부시장이 1년1개월만에
서울시를 떠났다.

통상 행정이 장기레이스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내놓는 걸 볼 때 그의 업적을
따지는 건 성급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팀제와 목표관리제를 도입하는 등
시정개혁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그의 이른 낙마에 아쉬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떠나는 마당에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취임전 의도했던 것들이 상당부분
시정에 반영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련은 없습니다"

지난 9일 퇴임식을 갖고 집에서 쉬고 있는 이 전 부시장은 "취임초부터
구조조정 등이 본궤도에 오르면 그만 두겠다고 고건 시장에게 얘기해 왔으며
한달전 다시금 사의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삼성자동차 출범에 관여했던 사람인데 이 문제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될 경우 시에 누가 될까 걱정했다"며 시 조직을 위해 사퇴시기를 조금
앞당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자동차 출범때 회장직을 맡았었다.

그는 공무원조직의 배타성이 사퇴원인이 아니냐는 질문에 "노우"라고
답했다.

그는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공직사회의 경직성이나 외부 영입인사에
대한 공무원들의 "왕따" 때문에 떠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고 시장은 자신이 추진해 온 시정개혁분야에 단 한번도 다른
의견을 피력한 적이 없었다며 고 시장과 사이가 "원만" 했음을 술회했다.

이 전부시장은 지난해 7월 서울시 행정1부시장에 전격 기용돼 화제를
뿌렸다.

33년간 삼성그룹에 몸담으면서 삼성물산사장 중앙일보사장 삼성그룹중국본부
장 등 전문 경영인으로선 오를 수 있는 자리에 모두 올랐기 때문.

그런 그가 "2인자" 자리에, 그것도 전혀 기업경영과 전혀 다른 분야인
행정기관에 발을 들여 놓게 돼 경영마인드의 행정접목 가능성을 놓고 세간의
관심을 모은 것.

이 전부시장은 "행정은 처음 해 본 건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며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직접 실행에 옮길 때와는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행정의 경우 지나치게 "안전 장치"가 많아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젠 행정에도 경영마인드를 도입해야 할 때"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이는 거꾸로 경영마인드 도입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 들여진다.

그의 화려한 경력을 보고 정치권에서 유혹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30년이상 조직생활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직에서 일할 생각은
없다"며 "복지나 환경관련 시민단체에서 백의종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업과 시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시민운동에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내가 앞장서는 건 아니고 그저 조언해주는 역할에 만족하렵니다"

그는 이를 실천에 옮기기전 우선 전국 각지의 산을 둘러 보겠단다.

그동안 외국여행은 많이 했지만 바쁘디 바쁜 전문 경영인 생활때문에 국내
명승지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주유천하" 해보겠다는것.

또 일때문에 소원했던 가족과 친지 등을 찾아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 남궁덕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