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섹스는 전혀 진보적이지 않다.

많은 지식인과 문학가, 예술가들이 그것을 무슨 선진적인 사조나 유행인양
말하고 있지만 실은 지극히 대중을 소외시키는 자기 기만적인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3년전 "1990년대 한국사회, 섹스라는 기호를 다루는 사람들"이란 책을
내면서 적잖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김상태씨가 이번에는 철저한 대중의
입장에서 성적 자유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와 논리를 반박하는 책을 냈다.

"프리섹스주의자들에게"(이후, 8천5백원)가 그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90년대들어 성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부풀려지면서 관련
자본은 이득을 보고 있지만 대중은 오히려 뒤틀린 성담론과 확대된 성적
억압구조 아래서 신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모든 성적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따라서 평등하게 누려져야 하는 데도
말이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대중적이고 진보적인 관점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핵심적 주장이다.

이 책은 모두 3장으로 이뤄져 있다.

1장 "모든 욕망은 평등하다"에서는 새디즘 매저키즘 등 때로는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성적욕망이 실은 매우 보편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강렬한 성적 욕망이 밖으로 튀어나올 때 그런
일탈이 생기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언제든 돌출할 수 있는 욕망을 누구나 갖고 있다는 솔직한 지적에서 모든
이들의 욕망은 평등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2장 "모든 행동은 불평등하다"는 모든 욕망은 평등하지만 그 욕망을 성취
하는 데서는 구조적인 불평등이 야기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성에 대한 불평등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재생산되는가를
설명해준다.

마지막 3장 "섹스에로의 자유, 섹스로부터의 자유"는 성적 리버럴리즘에
대한 비판에 주력한다.

90년대 성담론의 한계와 허점에 대해 다시 정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