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금을 전액지급한다"

"아니다. 95%만 주기로 했다"

MMF에 가입한 개인투자자에게 대우채권 가입금액을 돌려주기로 한 18일
저녁 "전액을 지급하느냐 아니면 95%만 돌려 주느냐"를 놓고 증권사들이
번복에 번복을 거듭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LG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은 이날 오후 늦게 MMF에 가입한 투자자에게 전액
지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증권협회는 저녁 7시께 "증권사 사장들이 MMF에 가입한 개인투자자의
경우 대우채권 가입금액의 95%를 지급키로 자율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이 시점은 LG증권에 이어 현대증권 삼성증권 동원증권 등이 전액 지급
하겠다고 언론사에 알린 뒤였다.

이에 따라 각 증권사에는 언론사의 문의가 잇달았고, 각 증권사는 한결같이
협회의 결정과 관계없이 전액지급의 원칙을 고수키로 했다고 응답했다.

결국 협회의 증권사 사장단 자율결의는 한시간도 안돼 없었던 일이 된
셈이다.

그러나 저녁 9시께 LG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이 전액지급의 입장을 철회
했다.

전액지급->95% 지급->전액지급 입장고수->95%만 지급으로 증권사의 입장이
시시각각 바뀐 셈이다.

문제의 발단은 자율결의가 아닌 타율결의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LG증권이 이날 오후 기습적으로 전액지급을 발표하자 증권협회는 증권사
사장들에게 전화를 해 95% 지급의 동의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감독위에서 95% 지급을 자율결의토록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사장들은 95%만 지급에 동의했으나 그러나 일부 회사가
"기왕에 발표한 것을 어떻게 번복하느냐"며 전액지급입장을 고수했다.

그러자 협회의 의견에 동의했던 증권사들도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나 금감원에서 다시 증권협회를 통해 다시 "자율결의"를 "지시"해
LG증권 등이 95% 지급으로 입장을 번복했다.

사장급과 연락이 안돼 "지시"를 받지 못한 증권사들은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해프닝은 앞에는 나서지 않고 뒤에서 조정만 하려는 금감위의 "기획된
자율" 때문에 빚어진 셈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