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대다수인 직장에서 여자가 더 많은 직장으로 옮긴 뒤 한동안 나의
고민은 "여성직장문화"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거칠고 투박한 남성 위주의 문화에 익숙해 왔던 터라, 부드럽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작은 것까지 신경쓰는 새로운 직장 환경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일차적으로 언어 문제가 걸렸다.

욕지거리가 섞인 거친 말투가 귀에 익은 나에게는, 동료끼리 깍듯이 경어를
사용하는 직장 분위기가 어색했다.

은어나 국적 불명의 외래어를 마구 섞어 쓰는 것도 어느새 내 말버릇이
되어 있었다.

무의식중에 불쑥 튀어나오는 나의 남성적인 말투에 새 동료들도 놀란 눈치
였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다르다.

업무 스트레스를 거한 술자리로 풀던 예전 동료들과는 달리 지금은 동료들
과 간식을 하거나 수다를 떨어 업무의 긴장을 풀고 컨디션을 되찾는다.

술자리에서도 일에 대한 논의보다는 신변잡기가 대화 주제로 등장하는
경우가 더 많다.

직장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 내게는 좋은 문화 체험의 기회가 되었다.

상명하복 분위기가 지배적이던 예전 직장은 권위적이지만 상사의 "보호막"
아래서 일하니 마음 편한 면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직장에서는 개인적인 영역을 존중 받는다는 안도감이 있는 반면
팀워크를 위해 따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화는 다르지만 일에 대한 동료들의 의욕과 정열은 한결 같았다.

밤늦도록 일해야 하는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도전적으로 일에 덤벼드는
것은 예전의 남자 동료나 지금의 여자 동료나 마찬가지다.

"여성직장 문화"가 형성될 만큼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고 직장내
지위가 확고해진 것도 커리어 우먼들이 일에 쏟아붓는 열정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경화 < KPR 대리 yonnie41@kprin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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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