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새학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맘때면 부모들은 여름방학동안 몰라보게 자란 아이들을 보면서 대견해
한다.

차츰 성인티가 나는 자녀들의 모습에서 ''성인이 되기 전에 반드시 가르쳐야
할 유용한 배울거리가 없을까''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음악 미술 운동 등 다양한 취미와 교양도 좋지만 경제교육
을 게을리해선 안된다고 부모들에게 충고한다.

특히 돈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것만큼 좋은 도덕교육과 인성교육이 없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용돈 정하기에서부터 가족살림살이까지 자세한 얘기를
자녀들과 나누는 것이 경제알기의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는 "금전교육은 돈의 획득과 사용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건전하고 생산적인 경제태도와 습관을 형성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부자나 가난한 자 모두 부모라면 자녀의 도덕과 품성교육을
위해 금전교육을 게을리해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문 교수가 유니텔 사이버 강좌를 통해 제시한 금전교육의 구체적인
지침을 요약한 내용이다.

<> 자녀에게 용돈을 주어야 할까

금전 교육의 관점에서 볼때 용돈은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과 수시로 자녀가 원할때마다 주는 것의 평균
총액은 거의 유사하다.

그럴바에야 주급이든 월급이든 한목에 주어 그 자신의 책임하에 용돈을
집행하도록 하는게 더 배울 점이 많다.

<> 용돈은 아이의 필요에 따라 책정한다

부모의 재산에 따르지 말고 아이의 필요에 따라 용돈을 책정해야 한다.

즉 아이의 학년과 개인 특성에 따라 용돈을 줘야 하며 남보다 부자니까
다른 집 아이보다 더 준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부모는 용돈 지출상황을 몇개월동안 세밀히 관찰해 지급품목을 가급적
명백히 정해 놓는 것이 좋다.

즉 용돈에서 소비해야 할 품목과 부모가 사주어야할 품목을 확실히 정해
놓아야 한다.

이런 정확한 규정이 없으면 아이들에게 자칫 말만 잘하면 용돈은 그대로
쓰지 않고 남길 수 있다는 잘못된 금전의식을 심어줄 염려가 있다.

<> 집안 일을 시키고 돈주지 마라

어떤 사람은 아이들에게 일과 돈의 개념을 정립시키기 위해 어릴때부터
집안일을 시키고 꼭 돈을 지급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집안일을 거들었다고 돈을 주어 버릇하면 자기자신을 위한 일에도
보상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결국 자기계발과 같은 돈이 생기지 않는 일에는 매우 소극적인 아이가
돼버린다.

또 집안 일에 대한 적극적 가담 의지를 약화시키고 가족간에는 경제적
기대를 하게 되는 습관을 기르게 된다.

이 세상에는 돈과 관련되지 않은 가치있는 일도 많으며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배울 기회는 바로 가정에서의 일과 심부름을 통해서다.

금전 교육자들은 집안에 일이 없으면 일부러 만들어 시켜야 한다고 충고
한다.

그만큼 청소년기에 가족을 위해 땀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 육체노동을 체험시켜라

훌륭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적절한 고통과 시련을 제공할 줄 안다.

미국의 에머슨 전기회사 사장인 찰스 나이트는 부모로부터 받은 가장 큰
교훈으로 16세때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캐나다 변두리 지방에서 겪은 주물
공장의 노동자생활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16세 되었을때 부모가 그랬듯이 또 다른 주물공장에
아들을 보냈다.

미국 백만장자의 귀한 아들이 하급 노동자들과 웃통을 벗어던지고 함께
땀흘린 데서 얻는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그러한 고생을 통해 일의 참뜻을 아는 것이 진정한 금전교육이기 때문이다.

<> 아이도 가계부를 쓸 필요가 있다

가계부는 어머니만 쓰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도 자신만의 가계부, 즉 용돈 기입장을 써보는 경험을 갖도록 한다.

합리적인 경제 생활태도를 어릴때부터 길러주기 위해 구체적으로 전개해
볼만한 교육 프로그램이 바로 용돈 기입장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용돈 기입 행동자체는 자신의 경제활동을 객관화시켜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와 기회를 제공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습관화하면 세월이 흐른후에도 유용하다.

또 용돈 기입 행동은 정서적 만족감을 제공하고 경험시켜 준다.

가령 용돈 관리를 잘해 잔액이 많이 남았을 경우 아이들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때 교사나 부모들이 적절한 보상과 칭찬을 해준다면 교육적인 효과가
더욱 크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