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에 가면 각종 목공예품 있지 않습니까. 그거 다 여기서 만든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구공항에서 팔공산쪽으로 가다보면 경부고속도로 못미쳐 길 양편으로
목공예 업체들이 나타난다.

어림잡아 80여곳.

바로 전국 최대의 목공예단지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그렇지 한때는 전국 목공예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했고 지금도 "설악에서 한라까지" 관광지 목공예 제품의 대부분은
여기서 나온다.

이곳에서는 각종 관광용품과 판촉물(재떨이 펜꽂이), 불교용품(염주 죽비),
생활용품(우산 손잡이, 바둑판, 교자상) 등 나무로 만든 것이면 무엇이든
구할 수 있다.

한점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무형문화재 공예품부터 단돈 몇백원짜리에
이르기까지 구색도 다양하다.

이곳은 70년대 이후 관광객이 늘고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한때
업체수가 1백개를 훨씬 넘을 정도로 호황을 구가했다.

폐잡목의 활용 방안을 궁리하다 나온 "세우는 옷걸이"는 10배 이상의
이문을 남기고도 없어서 못 팔 만큼 대히트를 했다.

프로야구의 개막과 함께 시작된 야구방망이 수요는 이곳 업체들에게 떼돈을
안겨주기도 했다(손세창 대구공예조합 이사장. 화성목공예대표).

다만 90년대부터는 값싼 중국산이 범람하고 수도권에도 목공예 업체가
생겨나면서 예전 영화는 많이 사라진 편이다.

그래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새로운 바람이 최근들어 불기 시작했다.

고급화와 장인의 혼이 들어간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고자하는 기운이 일고
있는 것.

이름없는 제품으로 팔리던 목공예품에 제조자의 상표를 넣고 고급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매년 수천만원의 상금을 걸고 공예품 경진대회와 공모전을 여는 등 지역
특화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구시도 봉무동 일대에 문화캐릭터산업 단지를 조성하면서 목공예업체를
입주시키는 등 팔을 걷어붙이고 지원하고 나섰다.

산학협동으로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해 대량생산에 나설 경우 대구신보에서
무담보 보증도 해주고 두류공원 공예품판매장 전시, 해외 한국상품전 출품 때
자금지원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

대구를 대표하는 제품을 생산토록 지원하고 이를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만든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배광식 대구시 경제산업국장).

이들 업체들이 현장에서 부딪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산에 나무는 많지만 물푸레, 박달나무, 향나무, 괴목, 은행나무 등 좋은
재질의 나무는 구하기 어렵고 있어도 벌목이 않되기 때문이다.

손 이사장은 "현 상황에서는 좋은 재질의 나무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외국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