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최고 기온이 38도를 넘나드는 요즘 베이징 시내 전역에선 거리 단장이
한창이다.

베이징 최대의 거리인 창안다지에에선 볼썽사납던 나무들이 산뜻한 가로수로
교체되고 대로변의 낡은 건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천안문광장의 보도블록이 중국 전역에서 동원된 하얀 대리석으로 뒤덮였고,
천안문에 걸린 마오쩌둥의 초상화도 새로운 모습이다.

뒷골목길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승용차 한 대가 겨우 다닐 길까지 아스팔트 포장이 이뤄지고 차량 두대가
간신히 비켜갈 정도의 이면도로 사거리엔 신호등이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베이징 시내에서 볼수 없었던 좌회전 신호까지 생겨 운전자들 사이에
화제다.

베이징 외곽을 잇는 총연장 1백km의 순환도로 개통이 임박하고, 베이징
수도공항의 확장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이처럼 중국당국이 베이징시내 거리단장을 서두르는 것은 오는 10월1일
중국공산당 창건 50주년 기념일에 맞추기 위해서다.

10,20,30등 꺾인 숫자를 유난히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50주년을 그냥 넘길리
만무하다.

왁자지껄하게 한판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 창건기념일을 전후한 천안문광장 주변 호텔의 숙박료는 평소보다 10배
이상 비싼 하루 2천달러선이다.

내적으로는 베이징을 경제사회발전의 모델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점(베이징)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라동전략
(하나의 성공을 다른 분야 또는 지역으로 확산시켜 전체를 발전시키는 것)인
셈이다.

당창건 행사를 멋들어지게 치르면서 중국 발전도 도모한다는 취지다.

중국은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

중국당국은 홍콩반환(97년7월1일)때 전세계의 시선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또 덩샤오핑 사망과 중국공산당 제15차대회, 나토군의 코소보주재
중국대사관폭격등 굵직한 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 파룬공 사건 양쯔강 홍수
사태등이 터졌을 때도 자국민의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호재로 활용했다.

이벤트를 통해서 12억 중국인의 공통관심사를 만들어 왔다는 얘기다.

중국의 경제나 사회발전도 이런 틀 속에서 이뤄진다.

이 점에 관한 한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마술사다.

< 베이징=김영근 특파원 ked@mx.cei.gov.c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