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는 23일 은행 증권 투신등 70개 금융기관을 불러모아 금융시장
안정대책회의를 갖고 7개 합의사항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로써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같다.

대우해법이 시장의 의심을 받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채권가치가 변동하는
데다 개별 금융기관들이 서로 위험을 전가시키면서 전체 시장의 안정을
위협하는 모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풍랑을 맞은 배위에서 승객들이 저마다 자신의 살길을 찾기위해
우왕좌왕하다 한쪽으로 쏠리면서 결국 배를 전복시키고 마는 그런 현상과
같다고 할 것이다.

이헌재 금감위원장이 금융기관들의 자제를 당부한 데서도 드러나듯이
개별적인 이익추구 행위가 서로의 무덤을 파는 시장기능의 역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7개항 합의에서처럼 정부가 "질서를 지켜주기를
당부하고 호소하는 것"만이 과연 지금의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효과적인 조치인지는 정말 의문이다.

이날 합의가 말그대로 "진정한 자율 합의"인지도 불명이고 합의를 지킬수록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퍼져있다면 그 효과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당국이 엄포만으로 금융시장을 끌고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할 것이다.

대우 해법의 요체는 대우 부채의 시장 가치가 일정 수준에서 고정,
유지된다는 신뢰가 형성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하겠다.

이점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환매제한이나 금리안정 호소는 다만 시간을
연장하는 방편이며 대우채권은 시간이 가면서 위력을 더해가는 시한폭탄이
되고 말 뿐이다.

금융안정 회의가 끝난 다음 일부 금융기관장은 수익증권 95% 지급 등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고 있는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지만 이런 식의 무책임하고
두루뭉실한 어법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기대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금감위가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방침과
분명한 설명을 내놔야할 때다.

금융계가 요청했다는 공적자금 투입문제도 마찬가지다.

한쪽으로는 공적 자금을 투입할 것 처럼 말하면서 "지금은 시장 안정에
주력할 때"(이헌재 위원장) 식의 선문답 같은 말을 되풀이 할수록 금융기관
들은 더욱 위험전가에 나서게 되고 결과적으로 시장안정을 해치게 된다.

금감위는 "정부의 말도 잘 듣고 시장에서는 현명하게 처신하는" 그런 이상한
금융기관을 고대하는 모양이지만 지금 시장이 원하는 것은 일처리가 분명한,
그리고 시장 관리자로서의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그런 정부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