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에 대비하는 일이 다급해졌다.

연초 한자릿수로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지난 3월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이후
서서히 오르기 시작, 이제는 배럴당 20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수입원유의 70%를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현물시장 가격이 2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97년10월3일이후 22개월만이다.

더구나 이같은 고유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걱정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제수지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물가상승과 성장둔화등
경제전반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산업자원부 분석에 따르면 국제원유값이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우리나라의
수입은 연간 8억7천만달러 늘어나고 수출은 1억7천만달러가 줄어 모두
10억4천만달러의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는 국제원유가격을 배럴당 14~15달러를 기준으로 거시경제지표들을
책정한 만큼 유가상승만으로도 올해 30억~40억달러의 무역수지 악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경기회복과 함께 내구소비재를 주축으로 한 수입증가세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어 경상수지흑자 규모가 예상외로 줄어들 공산이 크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뛰면 소비자물가는 0.09%, 국내 기름값은 리터당 평균
14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국제수지악화에 물가상승까지 겹치면 경제성장에도 좋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임은 너무 자명하다.

가뜩이나 2.4분기중 9.8%의 고속성장으로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철저한 사전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름 한방울 나지않는 우리로서는 단기적으로 소비절약이외에 달리 뾰족한
대안이 있을수 없다.

외환위기 직후 높아졌던 에너지 소비절약 의지는 최근들어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오히려 그 이전보다 더욱 방만해진 감이 없지않아 우리 모두의 반성이
절실하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에너지절약형으로 바꾸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고, 에너지 가격체계를 개편해 소비절약을 유도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한 연구개발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도 유효한 방법중의
하나다.

최근들어 고율성장 시현등 우리경제가 급속한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
취약한 구석이 너무나 많다.

금융과 기업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급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동안의 경제회생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우려도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고유가 시대를 극복할수 있는 절약의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4일자 ).